교육 언설

교감과 수업

멋지다! 김샘! 2019. 4. 17. 21:36

교감이 된 이후에 내 글의 방향이 달라졌다. 달라진 이유도 쓰고, 달리진 이전의 글을 쓸때 미처 몰랐거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현재의 입장으로 수정한다. 이러는 내가 많이 불편하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의 획득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 선택했다.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에 눈을 감고 이전의 입장의 고수하면 역시 교감이 되어도 한결같다며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는 못하겠다.

어제오늘 연수를 받았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도 있었고 별 필요가 없는 내용도 있었다. 이 또한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어떤 이는 다 좋을 수도, 다 나쁠 수도, 아니면 그저 그런 내용일 수 있다.
오늘 쉬는 시간에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교감 두 분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라고 종용한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다. 교감이 수업을 해야 된다는 강제 규정이 없다. 교감이 수업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단, 수업할 여력이 있고 수업할 의사가 있으면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수업을 하는 것을 찬성한다.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당 선생님들에게 피력했는데 수업 시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가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교무 선생님에게 대강을 넣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 상담이나 학폭 관련 사안으로 담당 선생님이 바쁘면 내가 수업을 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을 종용하는 선생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묻고 수긍할 수 있으면 수업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 덧붙여서 행복학교이니까 무조건 교감이 수업을 해야 된다. 단순히 수업 시수를 맞추기 위해서 교감이 수업을 해야 된다가 아닌 교감이 잘할 수 있는 수업을 할 권리도 있다고 했다.
행복학교에서 이런 소통이 안 되어 반목한다면 어떤 교감이 행복학교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겠나. 결코 행복학교의 확산이나 지속 유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연수를 마치고 단체 버스로 함께 내려온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교감이 수업을 안 하는 것에 대해서 죄스러워할 이유도 없고, 수업이 안 되는 교감에게 수업을 종용하기보다 업무적으로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들에게 교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여건이 허락하면 이야기한다고 했다. 교감이 힘들다고 생색내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자는 의도라고 했다.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 댓글을 달았었다. 내 의도와 다른 답글을 남겨서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분도 제대로 이해해서 오해가 풀렸다. 그런데 그분이 남긴 보이지 않는 강이 있다는 문장이 가슴에 걸렸다. 그 강을 만들지 않거나 만들어진 강에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무조건 이야기해야 된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다. 속내를 털어내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현재 나의 학교 생활이다.
그리고 부탁한다.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우기지 말자. 그리고 조롱하지 말자. 우리 수준이 아까우니까.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