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해바라기를 기르며 사회를 들여본다.

멋지다! 김샘! 2019. 6. 19. 12:01

학교를 옮긴 후 비어 있는 화단이 있었다.
주무관님에게 빈 화단을 메울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옥국과 금잔화로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빌려주어서 낮은 해바라기를 심었다.
한동안 해바라기 싹이 나오지 않아서 애끓었다.
아침마다 해바라기를 쳐다보는 것이 일이 되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우리 사회와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해바라기에게 보편적인 복지, 잡초를 제거했다.
인간사를 유전에 의한 동식물의 자람에 비유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지만 오늘은 해바라기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았다.

1. 거름이 좋은 토양에 일정한 간격으로 두 개의 해라기를 심었다. 둘 다 잘 자란다.


2. 거름이 좋은 토양에 두 씨앗을 가까이 심었다. 처음에는 대등하게 자라다가 한 녀석이 쑥 자라더니 다른 녀석은 더딤이 지체되었다.


3. 거름이 적은 토양에 일정한 간격으로 두 씨앗을 심었다. 자람은 덜 하지만 함께 자랐다.


4. 거름이 적은 토양에 일정한 간격으로 두 개의 씨앗을 심었으나 발아의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싹을 틔운 녀석이 뒤에 틔운 녀석의 자람을 막고 있다.


5. 틔우는 싹을 어떤 벌레가 갉아먹더니 어느 날 그 벌레가 사라졌다. 본잎이 한참 뒤에 올라와서 자람이 늦다. 설상가상 거름도 없는 토양이다.




6. 싹을 틔울 때마다 어떤 벌레가 싹을 갉아먹었다. 줄기 끝에 점 같은 초록만이 남았을 때 벌레가 떠났다. 그대로 생명을 다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점 같은 초록이 본잎이 되어 자라고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거름이 거의 없는 토양이라 자람이 많이 더디다.


오늘 모든 녀석에게 보편적 복지인 잡초를 제거했다.
모든 녀석들이 지금보다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녀석들이 이런 보편적 복지로 타고난 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녀석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레들로 받은 상처를 온전하게 치유할 수 있을까?

비 온 뒤.
날 좋은 어느 날에 이 녀석들의 화려한 꽃을 기대하며 각자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일시적으로 확 자라도록 한 후 사그라들어 토양을 오염시키는 비료는 주지 않을 것이다.
더디게 자라더라도 뿌리를 튼튼이 하고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자연의 거름을 줄 것이다.
내가 바라는  학교와 사회이자 내가 가진 교사의 역할과 어른들의 의무이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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