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19년 7월 11일

멋지다! 김샘! 2019. 7. 11. 16:18

어제 이웃 중학교와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를 했다.
2차 뒤풀이 겸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술을 전혀 먹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중학교 교장 선생님 옆에 앉아서 고기를 굽게 되었다.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아침맞이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시던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런 모습에 반갑게 인사하려고 눈을 마주치려면 고개를 돌리던 분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
작년 학교에서 아침마다 교통 봉사를 할 때 겪은 마음이다.
고기를 굽는 한동안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데면데면했다.
형식적인 안부, 날씨, 일반적인 교육 걱정, 서로를 조금이라도 엮어보려고 과거 이력 파기 등으로 시간이 흐른 뒤 조심스럽게 말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앞에 앉은 어떤 선생님이 중학교 어떤 선생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아이들의 학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 어떤 선생님은 학력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중학교 어떤 선생님은 중학교에 진학하는 우리 학교의 많은 아이들이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중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 학교 어떤 선생이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공부보다 세상의 많은 체험이 필요하므로 우리 학교는 다양한 체험학습에 치중한단다.
중학교 어떤 선생님은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인상으로 간간이 고개만 끄덕인다.
두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 어떤 선생님의 이야기에 표정이 굳어진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담담하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시 시끄러운 분위기를 틈타서 중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현재 우리 학교 아이들의 상황, 가정환경, 학습이 어려운 요인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기초학력이 부족하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의 어떤 내용이 부족하며, 초등학교의 기초학력이 부족한 것인지 중학교 공부를 어려워하는 것인지, 행복학교 아이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인 삶이 중학교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등에 대해서 듣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어른들끼리 고집을 피울 사항이 아닌 학력이 저하되었다면 원인을 먼저 찾고 해결방법을 모색한 후에 협업하여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돕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 어떤 선생님이 어떤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을 중학교에 했다.
초등학교 계획을 알려주면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한다.
검토라는 말이 귀에 좀 거슬렸다. 이런 마음이면 공동 프로젝트 추진하고 싶지 않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말에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했다면 검토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지 않고 초등학교에서 계획을 세워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한다. 협업은 심리적인 대등한 관계에서 출발한다.
평소에 마음껏 이야기하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중학교 선생님들에겐 더없이 친절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를 강요한다. 보는 내내 불편했다. 무엇이 부족하여 그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지 내 참.

다들 어제저녁에 술과 많이 친했는 모양이다.
음주측정기로 체크를 하는데 조심해야 될 분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분들은 아침에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수치가 간당간당하는 분들에게 어젯밤의 주량과 취침 시간을 확인한 후 주량은 더 줄이고 취침 시간은 당기라는 의미를 전했다.
행정실 주무관에게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에 차를 주차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말한 의도를 알아 차린 모양이었다. 주문관은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 주차하지 않지만 꾸준히 주차하는 이가 있다.
이제는 직접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상황을 알리고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찾게 한다.
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직접 해결했는데 돕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고 본인 일이 아니라는 무관심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 교무 선생님에게 어제 교장 선생님에게 주장한 내용을 전화로 전달했다. 한 지역에서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어른 입장에서 솔직한 의견을 모아서 형식에 구애됨 없이 개인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했다. 이후에 전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 교육과정과 비교하며 객관적인 연구자의 입장으로 접근할 것이다. 물론 전달받은 내용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나 필요한 경우 협조는 구할 것이다. 결론에 도달하면 2020학년도 학교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워크숍에서 논의할 것이다.

교직원 복무와 학생 출결의 중요성에 대해서 메신저로 알렸다.

행복학교 업무 부장님이 2019학년도 행복학교 그룹별 네트워크 워크숍  학교의 결과를 취합하여 가져왔다. 정독을 하였는데 민주적인 학교 문화 조성, 학생 자치회, 교육공동체의 참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관리자가 바뀌면 교사 스스로 행복학교의 정신을 유지할  있을까 와 행복학교의 확산과 공유를 위한 행사가 우리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는데 대한 고민이 있었다. 도교육청이 행복학교의 결과에 대한 요구가 많아서 힘들다는 건의도 있었다.
진정한 학교 바꾸기는 교사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주어진 제도나 변화는 문화로 정착되기 힘들다. 행복학교가  이상 공유와 확산이 주춤하는 것은 내부의 문제를 외부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폐쇄성은 여전하다.

#교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