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
교육청의 심사를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었다. 용케 부모님이 동의를 해주셔서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심사가 취소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나에게 물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니 해당 아이가 부모님의 직장 사정으로 전학을 갈 예정이어서 부득이하게 취소되었다고 했다. 사전에 부모님과 교육지원청 담당자와 연락이 되었다고 했다. 중요한 내용인데 이런 경우는 취소된 이유와 함께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학교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더니 취소 이유의 정담함을 자꾸 설명했다. 취소 이유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취소된 사실을 교감에게 알려줘야 교장 선생님에게 변한 사실을 보고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그치지 않고 차분히 설명했다. 학생들의 신상 변화는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일을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장난치면 안 되는 곳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이 있어서 몇 번 주의를 줬는데, 오늘 그곳에 안전펜스를 치는 공사를 한다는 행정실장의 메시지가 왔다. 물론 교장 선생님과 협의를 한 결과였을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잠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공문을 확인하는데 영어 방과 후 강좌를 수강하는 한 아이가 나에게 직접 와서 친구가 의자를 던졌다며 일렀다. 영어 원어민이 방과 후 강좌를 운영하는데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여러 번 지켜보고 주의를 줬는데 여전했다. 선생님들에게 나도 지켜볼 테니 틈이 나면 자기 반 아이의 방과 후 강좌를 모니터링해달라고 부탁했다.
뒷자리를 서로 안고 싶어서 일어난 사소한 장난이었다.
의자를 던진 아이는 평소에도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던지는 습관이 있다고 본인이 인정했다.
아주 안 좋은 습관이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나에게 일러바친 아이에게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것은 똑같으니 서로 사과하고 여기서 마무리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상대방 아이의 과거 잘못까지 거론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과거 일까지 판단할 수 없으니 담임 선생님에게 이 일을 알려서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주라고 했다.
알겠다며 수업을 마저 들어라고 들여보내는데 문을 쾅하고 닫는다.
순간 치밀어 올랐으나 간신히 참았다.
이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니 학교나 학급에서 어떤 일을 하는 부모님을 둔 것 같았다.
교무실로 와서 확인하니 역시 그랬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들은 살아남기 위한 뇌의 생존 전략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편에 서게 되어 있다.
내일 담임 선생님에게 오늘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나의 생활지도 경험도 공유할 것이다.
#교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