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3월 8일

멋지다! 김샘! 2020. 3. 8. 02:55

대한민국의 찬란한 봄을 한동안 미세먼지가 집어삼켰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미세먼지 심각을 밀어내고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 시기에 할 말은 아니지만 코로나19보다 미세먼지가 인간에게 더 위험하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나 완화제가 개발될 것이지만 미세먼지는 바이러스가 아니라서 인간의 면역력과 관계없이 위험하다.
미세먼지 예방 연수회에서 앞에 앉은 제법 똑똑한 이가 미세먼지에 너무 호들갑을 떤다면서, 자꾸 노출시키면 면역력이 생겨서 괜찮을 것이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저 말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흔들리는 사람들이 걱정이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교육을 걱정한 교육자다.
교육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보다 제법 많이 알지만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전문가보다 알지 못한다.
그래서 코로나19의 대처법에 대해서 전문가의 말을 따르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걸리지 않도록 신신당부하고 있다. 정확하게 담임교사들이 신신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대처하는 교육 당국의 행정에 대해서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로 제기한다.
미세먼지가 바이러스로 착각하여 면역력을 키우면 된다는 논리가 아닌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교육에 대해서는 잘 아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오랫동안 학교장 중심의 학교경영을 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실상은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했다. 국가가 덜 통제하면 교육부가 거들고 또 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이 거들면서 학교장이 선택하여 결정할 내용은 없다. 오히려 통제되는 내용을 따르지 않으면 학교장이 책임지라는 행정이었다. 그래서 공문의 예시가 표준 규격이 되는 교육이 되었다.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학교장의 권한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줄 안다. 법령으로는 많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거니와 많은 일을 하려면 책임 여부를 떠나 상위 기관과 척을 져야 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관리자가 그러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대한민국의 교육은 획일화되었다.
상위 기관에 근무하는 어떤 이가 이 시국에 모든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정말 노력하고 있으니 비난이나 비판보다 우선 그 일을 하고 난 다음에 성찰하자고 한다. 동감이고 공감한다. 하지만 왜 학교장이 방법을 찾아 결정해야 되는 것까지 세세하게 안내하며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학교를 도와주려는 의도라 할 것이다. 하지만 돕는 게 돕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할수록 학교는 교육청만 바라볼 것이고 위기 대응능력이 제로인 학교가 된다.
교직원 복무, 학생들의 학습권과 생활지도 등과 같이 코로나19와 관련이 덜한 부분은 법령을 상기시켜 학교장이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강한 안내면 될 것이다.
이런 부분까지 점검표를 제시하여 그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장학사가 학교로 점검하러 다니는 형국이 서글퍼다. 학교가 그렇게 사리 구분을 못하는 기관이 실제로 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슬프고 그런 일까지 하며 혹사당하는 장학사들이 애처롭다.

길어지는 휴업일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도 교사면 다 알 것이다. 차라리 방학이면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번 휴업일은 교사도 코로나19와 싸워야 되고 교사와 공간이 분리된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집에서 싸울 수 있으면 41조 연수나 재택근무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출근하여 싸워야 한다. 41조 연수와 재택근무는 성격이 다르다. 재택근무는 학교의 일상 업무를 자택에서 하는 복무다. 근무 시간 중 집에 있어야 되는 것이 큰 차이다. 이에 따른 준수 해야 될 사항도 있다. 논란이 된 서약서다. 법령이나 지침에 따른 서약서라고 판단한다. 교육청의 어떤 이가 지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무원으로서 부득이하게 직장이 아닌 자택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니 직장과 같이 동일하게 복무하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지역의 공문을 자세히 보지 못해서 단정 짓지 못하지만 근거를 제시하고 그렇게 했으면 이 난리에 그런 난리가 더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 명령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지역에 내려진 것으로 안다.

관리자가 출근하라는 학교의 교사도 SNS를 통해 원색적으로 성토한다. 휴업일은 교사가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41조 연수를 승인할 수 있다. 교사의 복무는 학교장의 명령이다. 교육법이 그렇다. 학교장의 승인 없는 교사의 복무는 불법이고 책임도 교사에게 있다. 학교장이 판단하여 전교직원이 출근하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고 굳이 전 교직원이 출근할 필요가 없는 경우는 직위나 직급에 맞는 복무를 상신하도록 하면 된다. 어떤 이는 학교는 교장과 교감, 행정실 직원과 교육공무직이 지키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갑자기 생기면 실무자가 없는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나? 그리고 행정실과 교육공무직은 왜 근무해야 되나? 현재 그분들은 근무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손실과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분들이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서약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그분들이 당연히 학교를 지켜야 된다는 주장을 하면 안 된다. 교사와 같이 그분들이 감염되어도 학교는 똑같이 난리 난다. 교원이 감염되면 난리 나고 그 외 교직원이 감염되면 그냥 넘어가는 사안 정말 아니다.

방학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휴업이니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줄이자는 주장을 한다. 솔직히 부끄럽다. 현 시국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교사가 학생들을 제일 먼저 걱정해야 한다. 그 걱정 속에는 학생들의 학력도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해의 학생들의 학력이 당연히 침해받아야 되나? 침해받아야 되어도 먼저 걱정해야 되는 것이 교사 아닌가? 방학 즐기자고 어떻게 이 시국에 그런 말을 쉽게 하는가? 앞에서 주장한 것처럼 방학과 다른 휴업일이라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피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선에서 싸우는 공무원들과 비교할 수 있나?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분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휴업일이 지속되면 정해진 법령에 따르면 된다. 나라가 힘들 때 국가공무원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되새기자. 교사를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얼마나 반대했나? 우리가 이런 형태를 보인다면 차후에 국민들이 아니 다른 공무원들조차도 교사를 어떤 집단으로 보겠는가? 특히 교사 단체를 이끄는 대표이거나 임원이라면 교사가 국가공무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지 선동하면 안 된다. 현 시국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이익을 다투는 갈등이 아니다.

휴업일에 출근을 하지 않는 교육공무직원들도 힘들 것이다. 다만 방학이 줄어드는 것이니 보수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소득이 없어서 걱정되는 분들을 위한 보수 지급 시기 조정 등과 같은 대책은 한시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휴업일이 더 늘어나서 실제 근무일이 줄어들 경우는 문제가 될 경우는 국가에서 분명한 지원 대책이 나와야 된다. 선제적인 정책이 나와야 양쪽 모두를 힘 빼는 소모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동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금요일에 다음 주 월요일부터 7시까지 긴급 돌봄을 하라는 지시를 언론을 통해서 할 필요가 있었느냐? 그리고 언론을 통할만큼 긴급했다면 실효성은 어떤가? 정치 논리가 개입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월요일부터 7시 긴급 돌봄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아마 현재도 긴급 돌봄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7시까지 연장하면 되면 설령 새롭게 희망하는 학생이 있더라도 현재는 사설 기관이나 가정에서 돌봄을 하고 있을 텐데 월요일에 신청하여 화요일부터 긴급 돌봄을 해도 되지 않나?

현 위기는 국가 주도로 극복해야 되는 분명히 특별한 시국이다.
하지만 이 위기가 지난 뒤 그동안 학교를 통제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에 의해 자발적인 위기 대응 능력이 상실된 교육행정은 분명히 반성해야 된다.
국가공무원의 책무보다 교육으로 위장한 권리만을 누리고자 자기 보신에 빠졌던 우리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어중간한 전문가가 되는 것보다 코로나19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내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격앙된 대사에 잠이 깼다. 다행히 잠이 많이 들지 않아서 내일 다시보기를 안 봐도 될 것 같은데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아서 두서없이 쓴다. 오늘 낮이 피곤할 것 같다.


#교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