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6일
지금 계절이 정말 싫다. 소나무 숲과 붙어 있는 잠자리는 퇴근 후면 노랑 콩고물이 뿌려져 있다.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다. 유독 땀이 많은 체질이라 정말 싫다. 빨리 지나가라.
5월 4일 저녁에 도교육에 등교일에 대한 급한 문자가 왔었다. 즉시 학부모에게 안내하라고 해서 교육공동체 밴드에 안내했더니, 5월 6일-오늘- 교육감 기자회견으로 등교 안내를 할 테니 없던 일로 한다고 했다. 꾹 참고 밴드에 이런 과정을 안내하고 우리 학교 등교 개학일은 교육감 기자회견 후에 안내하겠다고 했다.
오늘 학부모에게 즉시 안내하라는 도교육청의 문자와 같은 내용의 공문이 접수되었다. 교육부 보도자료는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시도교육감이 판단하여 13일부터 일제 등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장이 판단하라고 했다. 그러면 교육부는 미리 학교장이 알아서 해라 했으면 될 것 아녔던가? 서로 책임 미루기다. 결국 학교장이 책임지라는 거다. 그리고 이 난리를 피울 것이었으면 퇴근 후에 문자를 왜 보내서 사람을 바보로 만드나? 지시하는 문자는 제 마음대로 보내면서 난리 피운 다음에 책임지기 싫으면 공문으로 학교장에게 책임을 넘긴다. 당신들의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니 백 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면 도교육청 내의 의사결정 절차를 밝아서 바보 만드는 문자, 현장을 기망하는 문자는 보내지 마라. 늦은 밤에 보내는 문자나, 그다음 날 아침에 보내는 문자나 결과는 같지 않은가? 정말 신중해라.
2020학년도 하반기 교장공모제 지정 의견 수렴 심의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했다. 심의 결과대로 지정 희망 여부를 공문으로 보고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우리 학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에 늘 가졌던 생각인데 오늘 상황이 이런 글을 쓰게는 했다.
1.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은 좀 강단이 있고, 학교를 포괄적이고 통찰의 시선을 바라보는 교원이 의무감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민주적인 학교를 그렇게나 원하면서 진즉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할 때는 전혀 학교의 사정을 대변하지 않는다. 차라리 본인의 소신을 솔직하게라도 드러내면 좋겠다. 학교장의 결정이 내리기 전에 심의하고 학교장이 심의한 내용을 번복할 수 없는 것이 통념 아닌가? 그렇다면 심의할 때 소신껏 발언하며 논증해야 되는 것 아닌가? 민주적인 학교를 원한다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하시라. 학교 운영위원들의 수준이 우리 학교의 수준이다.
2. 노조나 교원단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그 영향력을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사용해라. 학생들을 위한다고 말만 하고, 행실은 그 지위로 자신의 어깨에 힘주는 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꼬워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음 선거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지역은 전국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것이 현재 어깨에 힘만 주는 위선적인 사람들의 능력이다. 이 사람들은 선거에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3. 노조원이나 교원단체 회원은 교원들이다. 자기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교원이라는 직분을 망각하지 마라. 본인 욕심이나 노조와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교원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마라. 당신들의 그런 행실이 학교와 교육을 업신여기도록 만든다.
4. SNS나 끼리끼리 모이는 장소에서 온갖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활의 활력도 생긴다.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교의 변화를 원한다면 주변부터 바꾸려고 노력해라. 그렇게 해야 학교가 서서히 바뀐다. SNS나 끼리끼리 모이는 공간에서 자기들의 주장에 반하는 글이나 말을 하면 때거리로 대거리하면서 진즉 학교에서는 더없이 얌전하다.
5. 교감이 된 이후 교사 때만큼 전투적으로 생활 투쟁을 할 수 없어서 간혹 교감이 된 것이 후회스럽다. 한창 관리자와 대거리할 때 좋아하는 어떤 분이 '니 교감되어서 너와 똑같은 놈 만나서 고생해봐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대거리한 내용 중에는 잘못된 것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어느 누구도 그 잘못을 논리적으로 답해주지 않았다. 지금 좀 많이 부끄럽고, 간혹 그때 대거리한 관리자 만나면 잘못한 주장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사과한다. 그러면 대부분 씩 웃으며 어깨 두드리고 술 한잔 하자고 한다. 그래서 교감이 된 이후 과거의 나와 닮은 후배 교사 있으면 절대 나무라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한다. 어떨 때는 솔직한 내 욕심 드러내고 도와달라고 한다.
과거의 나와 같은 교사가 많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사여서, 경력이 짧아서, 통찰이 부족하여 실수할 수 있다. 그것이 두려워 열정마저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과거의 나와 같은 교사 만나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치열하게 언쟁하며 성장하면 좋겠다. 서로 두려워하지 말고 울타리가 되자.
아는 후배가 도와줘서 학교 공동체에 도움을 준 일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생색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에 발가락 하나 얹힌 사람이 자기가 그 일을 했다고 떠벌린단다. 이 말을 전해준 분에게-다른 용건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나온 말이었고 갈등을 일으킬 요량으로 전해주지 않았다.-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니 자기가 아는 분들에게 정정하겠다고 해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사실은 바로 알아야지요'라고 했다.
흔들리는 인간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이후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쉽게 겪어볼 수 없는 교감의 길을 좌충우돌하며 용감하게 갈 거다.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