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선을 행한다는 합리로 정의를 위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상당한 기간 동안 했다.
어제 그럴 수 없다로 결정했다.
사람마다 선의 기준이 다르고, 선을 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을 감당할 수 없다.
선을 예상하고 저지른 부정의 결과가 선이 될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의하면 꿈은 생시의 보상이라고 한다.
우산이 필요했는데 초로의 두 사람이 짐수레에 우산을 가득 싣고 주차장으로 추정되는 사방이 뚫린 광장을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통 알 수 없었다. 우산을 하나 가질 수 없는지 물어보니 재활용을 위해 수거하는 우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도 괜찮다고 했다.
우산을 하나 들어서 펴보니 비는 세지 않을 정도인데 어중간하게 뒤집혔다. 얻는 주제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그냥 가려고 하니 한 분이 괜찮은 것도 많으니 좋은 것을 가져가라면서 가운데 숨어 있는 우산이 꽂힌 고급스러운 작은 여행용 캐리어를 건넸다. 고마움을 감추지 않고 캐리어를 열어보니 음식물 쓰레기와 썩은 펄이 가득했다. 기겁을 한 후 처음 뒤집어지는 우산이면 충분하다고 했더니 다른 이가 조금 소박한 보스턴 가방식 캐리어를 건네면서 열었는데 역시 구역질 나는 오물이 소박하게 있었다.
다른 우산은 단념하고 후배를 만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러 가까운 정류장에 갔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그런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버스가 정차하는 곳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었다.-시내버스 정류장은 노선에 따라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 따로 있지 않음에도. 그때 갑자가 아내가 나타나 잘 다녀오라는 순간에 17번 시내버스가 왔다. 아내에게 17번 버스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느냐가 확인하니 확실하게 간다고 해서 버스를 탔다. 두 명이 앉는 의자 주변에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중간 뒤쪽을 보니 혼자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개가 비어 있었다. 그중 뒷자리에 앉으니 의자가 심하게 푹 꺼졌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얼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니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제 꾼 꿈이다. 프로이트는 이 꿈을 어떻게 해석할까? 프로이트의 논리로 다음 일기에서 해석하겠다. 심심해서 적은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나를 괴롭힌 고민이 담겨 있다.
내 업무를 사심없이 도와주는 교사가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