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
세상일에 대해서 본인의 관점으로 얼마든지 말을 할 수 있다. 악의적이고 정의에 어긋나는 말까지 포함해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 관습이나 도덕, 법령에 의해 비난이나 비판,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사적인 모임에서는 그 모임의 성격이나 구성원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상식으로 말이 표현된다. 그런데 이렇게 드러난 말이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되는 사람에게 전해지면 전달되는 분위기와 전달자의 자기중심적 의도, 전달자의 의도와 다른 전달받는 사람의 상황에 의해 재편집되어 수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술자리다. 교감 본심이라는 책에서 짧게 거론한 것처럼 술자리에서 학교의 온갖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온갖 이야기로 결정을 하게 되면 학교 전체를 뒤흔든다. 술을 마신 사람은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인류가 아닌 알코올에 마비된 뇌에 의해 이성이 해제된 무의식의 자신을 고집하는 새로운 인류다. 술자리에서 고함이 난무하고 고집에 세지고 무례가 판치는 이유는 무의식의 자아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참 점잖은데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사람은 사실은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평소 생활은 그런 무의식을 잠재우기 위해서 남다른 의지로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이다. 그만큼 강한 이성의 소유자다.
무의식의 세계인 술자리의 대화는 알맹이가 없다. 그냥 한풀이다, 그래서 한만 풀면 된다. 때로는 그 한풀이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그 한풀이에 의한 부작용으로 현실을 더 점잖게 만든다.
엊그제 그 한풀이했더니 많이 점잖아졌다.
다른 이들의 한풀이가 들렸다. 그런데 술자리가 끝났는데도 한풀이가 생명을 얻어 현실을 흔드려고 했다. 흔드려는 한풀이를 달래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곁들였는데 효과가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부탁한다. 무의식의 한풀이도 그 사람의 인격이다. 본인이 확인하지 않은 본인의 이기와 인기를 위해서 폭탄 알맹이를 돌리면 그 폭탄이 현실 세계에서 터진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학교 구성원이 술자리를 가졌으면 모두가 학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구성원이다. 학부모가 술자리를 가졌으면 모두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잘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다. 간혹 그 집단에 속하면서도 그 집단이 아닌 사람처럼 언동 하는 사람들의 한풀이가 폭탄 알맹이를 만든다.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음이다.
어떤 일도 술자리에서 해결하지 않도록 하자. 학교의 일은 무의식의 한풀이보다 이성적인 대화로 해결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성의 세계는 마비되어 있고 무의식의 세계가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는 폭탄이 터질 확률이 높다. 늘 긴장되어 피곤하고.
교무실, 교장실, 협의회실을 이성으로 활성화하자. 무의식의 자리로 학교의 일을 가져가지 말고 이성이 살아있는 학교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자. 예단하여 미리 걱정하지 말고 시원하게 이야기하자. 늘 강조하듯이 욕하거나 때리거나 조롱하지는 말고.
학교 구성원이면 이 정도의 인격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현재의 학교는 다양한 직종의 근무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본인의 일이 아니면 다른 직종의 업무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학교의 모든 일은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관련되어 있어서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래서 학교 밖 외부인에게 학교의 특정한 일을 본인 직종의 관점으로만 이야기하면 오해에 의한 갈등을 일으킨다. 외부인도 학교에 대해서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교무실로 전화하면 제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현재의 학교는 투명 그 자체다. 다만 뿌옇게 흐리려는 의도는 제거되어야 투명한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