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농기계 수리점 하며 조그맣게 농사짓는 친구가 있다. 고장난 농기계들이 널브러져 있는 수리점 창고의 바캉스 의자에서 마시는 믹서 커피가 구수하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구수한 커피 사이로 스며오는 폐유 냄새와 함께 지난간 일들을, 고향 형편을 툭툭거리곤 했다. 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기억이 없는 올봄에 토요일에 아내와 그를 만나러 갔다. "잘 지내?" "응" "농사철이 시작되어 바쁘겠네?" "그렇지 뭐" "올해는 자두, 살구, 복숭아, 배꽃이 한꺼번에 펴서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 어떡해, 그냥 보고 있는 거지 뭐, 한꺼 피니 보고 좋잖아?" "아니, 벌이 없다면서, 가루받이 안 되는 과일 농사 망하잖아?" "잘 찾아보면 한 마리씩 열심히 돌아다니며 자기 할 일 하고 있어!" "그 몇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