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뿐교사 2

2023년 4월 25일

고향에서 농기계 수리점 하며 조그맣게 농사짓는 친구가 있다. 고장난 농기계들이 널브러져 있는 수리점 창고의 바캉스 의자에서 마시는 믹서 커피가 구수하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구수한 커피 사이로 스며오는 폐유 냄새와 함께 지난간 일들을, 고향 형편을 툭툭거리곤 했다. 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기억이 없는 올봄에 토요일에 아내와 그를 만나러 갔다. "잘 지내?" "응" "농사철이 시작되어 바쁘겠네?" "그렇지 뭐" "올해는 자두, 살구, 복숭아, 배꽃이 한꺼번에 펴서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 어떡해, 그냥 보고 있는 거지 뭐, 한꺼 피니 보고 좋잖아?" "아니, 벌이 없다면서, 가루받이 안 되는 과일 농사 망하잖아?" "잘 찾아보면 한 마리씩 열심히 돌아다니며 자기 할 일 하고 있어!" "그 몇 마..

2023년 4월 22일

미지(MZ)에게 미지야, 요즘은 회의하지 마라하고 회의해도 너를 좀처럼 볼 수 없어서 편지를 쓴다. 아, 인사를 잊었네, 초등학교 교감이 편지글의 형식은 갖추어야 하는데 오래간만에 편지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그동안 잘 지냈어? 너와 마주 앉아 여러 번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봤자 꼰대라는 두 글자로 정리될 게 뻔해서 참았어. 참았다기보다 굳이 네 인생을 간섭하며 스트레스받기 싫었어. 어제 인터넷 신문을 읽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너희 노조 중의 하나에서 지금도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데, 전장연(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의 서울 지하철 시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보도였어. 지금 우리나라가 장애인의 충분한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