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

2025년 5월 16일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데, 나을 듯 나을 듯하며 잘 낫지를 않는다. 남을 돕는 말은 잘도 했는데, 막상 그 일이 내 일이 되니 내가 돕던 그 말들이 나에겐 좀처럼 돌아오질 않아서 갈팡질팡했다. 갈팡질팡하는 가족들의 변덕으로 짜증은 더해 갔고. 어제부터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더니 차분히 다독이며 내가 남에게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흔들렸던 마음 다잡았다. 누군가는 결정해야 할 일인데,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가는 매정한 인간 될 것 같아서 누군가가 그런 결정을 해주면 마지못해 수긍하는 척하며 마음의 짐을 덜려는 불편한 상황을 내가 끝내야겠다. 친구와 소주 한잔하기로 했는데 마침 비도 온다. 고춧가루 같은 안주 먹고 감기도 무거운 마음도 가라앉기를 바란다.

2021년 10월 5일

그냥 하는 생각. 나 심심할까 봐서 교무실에 굳이 안 와도 돼. 교감 일하느라, 요새는 의무적으로 이수하라는 연수가 왜 이리 많은지, 교감 일하고 남는 시간 알뜰하게 사용하느라 바빠. 물론 교감 일도 시즌이 있고, 난데없이 들이닥칠 때도 있어서 규칙적이지 않아. 그래서 바쁠 때는 교무실에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어도 달갑지 않고, 한가할 때는 교무실 옆 골마루를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해. 하지만 굳이 사람을 불러 모아서 내 심심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나도 엉뚱한 생각도 좀 하고 멍도 때리고 싶어. 나는 출퇴근 시간에 교무실에 와서 인사 안 한다고 불만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복무 시간을 준수하라는 이야기는 수시로 해. 수업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교사에겐 눈치를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