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한밤중에 나는 한블리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자막이 떠서 방송사가 해킹을 당한 줄 알았다. 그것도 큰일이라 해프닝으로 받아넘기기가 힘들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대통령이 등장해서 퍼뜩 북한과 전쟁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대통령이 읽어 내려가는 문구가 섬뜻했다. 내가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 외워서 두 주먹을 불끈 쥔 손을 번쩍 들며 반공 웅변대회에서 외쳤던 원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족 단톡방에 큰 아들이 '뉴스 보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둘째 아들이 '뭔 일이래?'라는 글이 이어서 올라왔다. 나는 TV채널을 돌리며 사실인지를 확인했다. 사실이었다. 잠자는 아내를 깨워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미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