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집이 진양호와 가깝고, 십여 분만 나가면 논밭을 볼 수 있으며. 도로와 논 사이, 논과 논 사이, 밭과 논 사이를 남강의 지류인 판문천이 흐른다. 그래서 수생 식물, 야생화, 곤충, 철새는 그냥 볼 수 있고 가끔은 사람을 보고 자기 혼자 놀라서 물가를 갈팡질팡하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멧돼지로 혼비백산한다. 새벽 달리기를 하다가 멀찍이 다가오는 들개와 대치했다. 돌아갈 길도 없고 멈추면 약한 모습의 나를 공격할 것 같아 거리를 좁혀갔다. ‘제발! 물러나라. 제발!’ ‘그래 그렇지!’ ‘어어, 서지 말고 그대로 그냥 돌아가지.’ ‘아이 씨, 에라 모르겠다. 그래 함 붙어보자!’ ‘새끼가 진작 물러나야지!’ 다행히 물러나 논길로 빠지는데 흘끗흘끗 되돌아 쳐다보는 눈에서 야생의 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