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사람, 오래 사귄 사람. 잘 안다는 오만, 나 같겠지라는 착각. 이 사람 저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그게 아니야! 이 사람 저 사람의 궁금증에, 아마 그럴 거야! 아니었다. 웃는 얼굴에선,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시무룩한 얼굴에선, 어디 안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엊그제의 어두운 얼굴에서도, 어젯밤이 피곤했나 봐. 오늘 본 얼굴에선, 그제밤의 피로가 풀렸구나! 잘 안다는 내 오만이었다. 정현종의 '방문객'에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 갈피를 더듬는 바람의 마음을 흉내내겠다는 다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