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2

2020년 12월 15일

만날 사람을 내 마음대로 선택하면 좋겠다. 내가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닌 시간이 없는 세상을 살고 싶다. 나는 그들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어도 그들은 나의 공간에 감히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에 살고 싶다. 잠이 오면 자면, 안 오면 올 때까지 엉뚱한 일 실컷 하고, 잠도 안 오는데 내일이 걱정되어 억지로 잠을 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을 때마다, 아무데서나 펼치고 싶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저런 눈치 안 보고,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원시적인 글부터 내가 쓰고도 그대로의 감정이 살아나지 않아서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글들을 휘갈기고 싶다. 시간과 공간이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무릉도원을 지었다 허물었다 한다. 요즘 자주 그런다. 머릿속에서.

2020년 5월 4일

재량휴업일이었다. 교장선생님과 스스로 출근한 교사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려고 출근했다. 출근한 교사와 점심을 먹은 후 자연스럽게 현재 내가 가진 생각을 털어놓을 분위기가 되었다. 교감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 상상 속에는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 학교 구성원들과 웃으면서 치열하게 학교생활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상상이, 공상 아니 망상임을 깨닫는데 교감 발령받은 후 한 달이 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재량휴업일인 오늘 후배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즐겁게 이야기를 받아준 후배 교사도 참 고맙다. 오늘 같은 시간들이 모여서 공상과 망상이 어느 날 문득 현실이 되면 좋겠다. 이 또한 망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