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 소싸움장을 지나며 목덜미가 두텁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털 속에 숨은 네 다리의 힘줄이 보이는 뿔을 뾰족하게 깎은 슬픈 눈의 황소 뒤에 성난 우주가 연신 고함을 친다. 소는 짝짓기의 상대가 있을 때, 지켜야 할 게 있을 때만 싸운다. 소는 토요일 오후마다 이유 없이 싸울 이유가 없다. 소는 아무 때나 성내고 발정할 수 있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다. 나의 앨범/산책길에서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