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9월 21일

멋지다! 김샘! 2020. 9. 21. 17:30

어제 아내와 옥천사를 둘러싼 연화산을 일주했다. 꽤 긴 거리인데 마지막 봉우리에서 길을 조금 잘못 틀었는데 산자락의 마을에 도착하니 출발 주차장과는 상당한 거리였다. 다행히 고성이 첫 발령지이고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어서 둑길과 논길을 따라 원래 지점으로 잘 돌아왔다. 가을의 둑길과 논길은 꽤 정취가 있었지만 가을의 마을은 가을 햇살이 아무리 구석구석을 파고들어도 그 햇살을 맞이하는 이 하나 없었다. 어른이 사라지는 마을에 어찌 아이들이 있을 수 있을까.

오후에 교육지원청의 청렴컨설팅이 있었다. 요즘은 지도와 점검을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모두 컨설팅이라고 강요한다. 컨설팅은 자발적으로 요청해야 컨설턴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 교육지원청의 청렴도 순위 상위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한 컨설팅이어서 인센티브 위주의 제도에는 불만이 있지만 운영자인 공무원에게 불만은 전혀 없다. 그분들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지원청의 청렴도가 상위를 유지하면 학교도 좀 편하다.
오늘도 서로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즐겁게 소통하였고 서로 도와가며 잘 하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궁금한 사항 몇 가지도 해결했다. 복무점검을 하는 분들도 함께 와서 청렴 컨설팅을 할 때 복무점검이 이루어졌다. 크게 지적당하지 않았고 도움을 주고 갔다. 교직원들은 꽤 긴장했는지 가고 나니 홀가분하다고 했다.

나는 어떤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공개경쟁을 조장한 후 책임을 묻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물간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을 반대한다. 제도를 설명하고 정착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고 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제도는 법령으로 강제성을 지니고 어겼을 경우 책임도 진다. 정착을 강조하기 위한 엄포성 경각심이나 통치의 수단으로 무의미한 경쟁을 조장하고 그 결과로 죄를 짓지 않은 이-기관-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은 사라져야 한다.
청렴을 예로 들면 해마다, 내용이 바뀌면 연수를 받는다. 그리고 공직자라면 일부러 부패를 조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컨설팅 횟수, 연수 횟수가 점수화되고, 방과 후 강사, 운동부, 급식 관련 업체, 교육활동과 관련된 계약업체, 시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고 그것으로 순위를 매기니 정상적인 학교의 요구까지 갑질이라 규정되어 학교 관계자들이 오히려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실정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가 지도 점검으로 파악되거나 신고되면 법률로 처벌하면 된다. 마치 잠재적 법 위반자이니 지금처럼 옭아매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는 정말 비인권적인 발상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에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강력하게 적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를 한층 더 청렴한 국가로 만든다. 국민들은 그들의 행위가 모든 공무원의 행위라고 착각한다. 위가 저런데 아래는 오죽하겠냐고 잘못 생각한다. 사실은 아래가 깨끗하고 위는 합법적으로 더러운데.

운동장의 푸른 잔디에 부딪히는 가을 햇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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