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사정을 미리미리 알려드려야 교장과 교직원들 간에 엉뚱한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아서 선생님들과 의논한 사항을 교장선생님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
보통은 본인이 살아온 경험에 의한 지혜로 학교를 바라본다. 하지만 본인의 경험이 일반화될 정도로 경험의 양이 많지 않고, 환경과 구성원들의 상태에 따라 일반화될 수 없는 지혜들이 대부분이다.
특정한 학교에서 경험한 것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데 우리는 흔히 학교는 다 그렇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본인의 삶과 타인의 삶이 같을 것이라는 오만한 감상주의로 쉽게 남을 판단한다. 이런 경향은 직위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강화된다. 그래서 본인의 생각과 감성으로 새로운 학교와 그 구성원들을 너무 쉽게 단정 지어 말한다. 그런 행실을 권위라고 착각하지만 권위주의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방법은 나의 경험과 지식에 의한 앎은 일단 배제하고 궁금한 현상은 먼저 물어보고 상황을 이해한다. 단발의 현상을 일반화시키지 않기 위해 이성보단 감정으로 공감한다. 이후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개입하여 좋은 현상은 공유하고 개선할 현상은 나의 지혜를 담백하게 권유한다. 단, 우리가 절대 하지 말아야 될 것과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와 요령은 단호하게 전달한다. 간혹 이럴 때 의도하진 않았지만 목소리가 크지는 경우가 있어서 나에게 실망을 하곤 한다.
교사 시절에 딱 한번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다가, 급한 전화받다가, 보조강사 수업에 잠시 자리 비우다가 걸리면 그게 나의 학교 생활로 오해받을까 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교내외 순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관리자가 교내외 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현상이고 교직원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학교를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한 관리자의 역할이다. 선제적으로 지원하려면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교직원들을 우연히 의도하지 않게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고 얼른 지나간다. 아니면 가던 길을 멀리 돌아간다. 이후에도 단발성 그 상황을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나의 교사 시절의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지 않으려고.
승진하기 위해서 어떤 교사의 삶을 살았는지 각자 다 다르다. 승진하려고 학생들을 등한시 한, 정말 학생과 승진 가산점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운 좋게 때를 잘 만난, 누군가의 도움, 야비하거나 정의롭게 등과 같이 다 다르다. 본인이 그런 삶을 살았다고 승진하려는, 승진한 교감들이 모두 본인과 같을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추켜세우거나 폄훼하지 말자.
인연이 되어 같은 학교에서 교사, 교직원, 관리자로 처음 근무하게 된다면 완고한 본인의 경험과 바람이 전한 소식에 의지하지 말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단발성 현상을 일반화하지 말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강요하는 지혜보다 권유하는 지혜로, 때로는 원칙을 고수하여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삶을 함께 실천하자.
이런 마음으로 우리 학교에서 교장을 처음 시작하는 현재의 교장선생님에게 학교의 내외적인 정보를 수시로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것 역시 내 경험과 생각임을 강조하며.
개인 사정으로 조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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