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11월 17일

멋지다! 김샘! 2021. 11. 17. 19:00

어쩌다 보니 교육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부전공했다. 특별히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등학교 선배가 점심을 사주더니 무조건 미술과에 지원하라고 했다. 미술과에 들어가서 친목 도모에는 열심이었지만 미술 활동은 매우 등한시했다. 대신 대학방송국 활동은 수업을 제치고 열심히 했다. 사실 대학방송국도 선배의 강압적인 권유가 큰 몫을 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가 된 이후에는 나를 교사로 만들어준 교육대학교가 싫었다. 교육대학교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지우고 싶었다. 교육대학교를 탓하는 마음이 컸지만, 대학 생활을 너무 허술하게 보낸, 지적 성장보다 감정에 휩쓸렸음에도 제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내뱉은 말들이 너무 부끄러웠고, 겨우 그런 대학 생활로 어머니가 남의 버린 밭을 겨우 일구었더니 뒤늦게 주인이 뺏으려 해서 마저 못해 시세대로 산 밭을 판 것에 대한 자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살림살이였는데.
이런 연유로 교육대학교 관련 모임은 일부러 회피했다. 사실 학연을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았고. 하지만 두 모임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미술교육과 남자 동기 모임과 대학방송국 동문회다.

다음 주 금요일에 우리 학구인 비토섬에서 미술교육과 남자 동기 5명의 모임이 있다. 모임 관련하여 이견을 조율하는데 세파에 찌들어 면역력이 저하되고 자연스러운 노화로 몸에 이런저런 흠집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 역시도 지난주부터 이 치료한다고 치과를 들락거리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어떻게 수용할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했다.
두 가지를 결심했다.
완치는 없다. 정신과 몸에 흠집이 생기면 치료는 하되 완전히 나을 것이라는 기대보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친구라 여기자. 적당히 잘 구슬려서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돌려보내자. 그런 친구도 있어야 내 삶의 의미가 빛바래지 않으니.
예방한다고 온 정신을 거기다 두어 일상을 방해받지 말고 흠집이 생기는 대로 치료하자. 지금 나이부터는 예방한다고 예방되는 게 아니니 일상에 충실하고 그런 흠집도 일상으로 받아들이자. 건강에만 국한하지 말고 삶을 그렇게 받아들이자. 뒤돌아보면 미리 체크하고 걱정한다고 모든 일을 올바르게 예상할 수 없었고, 터질 일은 꼭 터졌고, 계획보다 우연과 운으로 삶이 더 바뀌었다.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온정성을 들이되 나머지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자.
그리고 생각한다. 주변을 불안하게 할 나이가 아니다.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배경이 될 나이다. 지금 내가 매사 안절부절못하면 주변은 더 불안해질 뿐이다. 걱정되다가도 나로 인해 한결 수월해지고 포근한 분위기로 바뀌면 좋겠다.

이번 주 토요일에 치과에 또 간다. 의사는 그동안 자주 안 왔다며 힐책했었다. 내가 어디 안 가고 싶어서 안 갔나. 아무 증상이 없어서 안 갔지. 그리고 치과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데 예방한다고 꼬박꼬박 다니고 싶나. 어째 나를 걱정하기보다 다른 목적이 있는 듯하여 꺼림직한 데 자꾸 잔소리하면 이번 치료만 마치고 치과를 옮겨 버릴 거다. 핀잔 들으며 치료받을 수는 없지 않나. 오랜 고객이었는데도 그렇게 친한 척도 하지 않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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