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9월 26일

멋지다! 김샘! 2022. 9. 26. 14:28

부끄러운 가을 앞에서.


출근길 싸늘한 공기가 낙엽을 굴리면,
이젠 가을이구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나둘 선명하게 피어나던 코스모스가 확 달아오르면,
드디어 가을이구나!
밤에만 피던 달맞이꽃이 따가운 햇살 받으러 샛노랗게 입 벌리면,
정열의 여름을 보내는 가을이구나!

나무가, 꽃이 화려한 가을을 보내는 건,
수줍었던 봄의 향과 여름의 녹음을 태양으로 버무려 토해내기 때문이지.
사람이 가을을 마주한다는 건,
부끄러웠던 봄날과 분노로 이글거렸던 여름날을 겸손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거지.  

울긋불긋한 산을 울긋불긋한 사람이 타고 오르는 장관을 감흥 없이 쳐다보는,
나도, 가을인가?
꽃샘추위에 덜덜 떨었던 봄날의 부끄러움, 뜨거운 태양처럼 후끈거렸던 여름날의 분노가 없는,
나도, 가을을 맞이해야 하나?

샘솟는 희망으로 설레기만 한 봄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새까맣게 탄 영혼으로 시시덕거렸던 여름날,
이제 겨우 부끄러워 솟구치는 분노로 귀뚜라미 울음조차 짜증스러운데,
겸손으로 마주해야 할 가을은 부끄럽기만 하다. 

오늘 같은 부끄러운 가을이 차곡차곡 쌓이면,
폭풍우의 여름 비가 울긋불긋한 산기슭을 자작자작 흘러 봄날 저수지의 윤슬로 피어나듯,    
울긋불긋한 산을 반짝거리며 타고 오르는 가을의 나를 기대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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