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주 기행'2
카페라떼 2잔과 소섬빵 하나 주문했어요. 빵은 시간이 좀 걸린대요.
나무 의자가 엉덩이를 잘 받아줘서 생각보다 편하네. 이야! 당신 여기 앉아서 일출봉 한번 바라봐요. 소섬빵 아저씨가 쌓아놓은 돌탑 너머로 보이는 일출봉이 정말 좋아요.
잠깐만, 돌탑 옆에 있는 의자에 앉을 테니 사진 좀 찍어줘요.
오호! 사진이 정말 좋은데.
경주 십원빵과 같은데 소 모양이 찍혀있네.
그걸 몰랐어? 우도가 소섬이잖아.
시나몬을 얹은 라떼가 좋은데, 치즈 가득한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쥑이고.
그런데, 사람들이 왜 안 들릴까?
걸어 다녀야만 만날 수 있는 가게인데, 전부다 뭘 타고 다니니 이런 가계를 볼 여유가 있겠어.
우리가 편안히 앉아 즐기면 차 한두 대는 설 거야. 두고봐.
오오! 봉고차 한 대 선다.
바로 위에 큰 카페가 있었네.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네. 여기 차 세워 두고 톨칸이 구경한 후 들러는 모양이다.
우리는 톨칸이 둘러보고 바로 우도봉으로 갑시다.
톨칸이가 소 여물통이라고 하는데, 나는 우도봉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비와사 폭포를 못 보는 게 아쉽다.
비가 와야 보는 폭포인데, 그럼 우리는 비 맞고 다니게.
여보! 훈데르트바서파크라고 적혀 있는데, 읽어 보게 좀 기다려.
응, 산책로는 무료입장이라는데 먼저 둘러보고 있을게.
아니, 그러지 말고 기다리라니까!
......
그래, 읽어 보니 뭔 공원이라던가?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크바서의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독창적이고 다양한 건축물과 그 안에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가 봐요.
좁은 우도에 자연 파헤쳐서 왜 만들었대. 자연을 생각한다며 자연 친화적이라며 자연 파헤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어. 육지의 평지에 짓지 왜 좁은 우도의 아름다운 산 깎아서 그걸 만들어.
산책로나 둘러보고 갑시다.
산책로 무료입장해 놓으니 좋구만, 건축물도 나름대로 의미를 잘 살렸고.
여하튼 나는 싫어.
여보 길가 쪽의 엉겅퀴 봐. 그리고 저 노란 꽃은 뭐야?
노란 꽃은 금계국일걸.
금계국과 꽃 모양이 다른데, 검색해봐.
쇠채아재비? 서양금혼초? 금계국? 구별 못 하겠는데. 아이고 눈이야, 당신이 좀 쳐다봐요.
......
서양금혼초인 것 같은데. 외래종이고, 제주도 사람들은 민들레와 닮았다고 하여 개민들레라 부르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네.
보기는 좋은데.
아래에서 볼 때는 많이 가팔라 보였는데 천천히 걸으니 금방이네. 뒤돌아서 바다 한번 쳐다봐.
우도 등대로 바로 연결이 안 되어 있는데, 등대 가려면 내려가야 하는가 봐.
우도봉 표지석에 손 얹어봐 사진 찍게. 발도 얹어 보고.
여기 봐! 뽕나무에 오디 열려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안 따먹었어.
우도 제일 높은 봉에 뽕나무가 있는 게 신기하지, 요즘 사람들은 야생의 오디를 보기나 했겠어.
자 먹어봐 달콤해.
아이고! 좀, 촌사람 표 좀 내지 마라.
우도 등대로 가는 길이 있다. 다시 안 내려가도 되겠어. 아이고 좋아라.
우도 등대지기는 차를 가지고 올라올까?
힘들어 죽겠는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우리 길이나 갑시다.
저분에게 등대 배경으로 우리 사진 좀 찍어 달라고 부탁할 테니 거기 서 있어요.
사람을 너무 작게 찍었다.
나처럼 사진 잘 찍는 사람 많이 없으니까 많은 걸 바라지 마세요. 찍어 주는 걸로 고마워해야지.
그걸 모르나, 그냥 하는 말이지.
둘레길로 가지 말고 검멀레해변 내려가는 길로 가서 밥 먹자. 배가 좀 고프다.
사람 많이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대충 먹자.
그럼, 저기 가서 김밥과 라면 골라 먹자.
여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전복 김밥과 문어라면 어때?
콜!
늦게 나온 만큼 맛이 있으려나.
문어가 정말 부드러운데, 당신이 만든 문어숙회하고는 차원이 다른데.
라면 가격을 한번 봐라, 몇 명이 라면만 먹어도 몇만 원 나오겠다. 나처럼 해주면 그 돈 주고 여기 오겠나.
올레길을 찾아 걸을까 아니면 해안도로를 따라 쭉 걸을까?
해안도를 걷다가 재미없으면 올레길을 찾읍시다.
커피 한잔하고 싶은데, 우도 사람들이 하는 우도다운 작은 카페 없나?
해안 따라 대형 카페만 있고, 영업 안 하는 큰 가게도 꽤 있네. 작은 카페 찾으려면 둘레길을 찾아 들어가야겠는데.
참지 뭐! 그냥 해안을 따라 걸어요.
저기 가정집 문 앞에 써 놓은 글 봐, 카페가 아니니 들어오지 마라는데, 카페가 어디 있어?
그 집 뒤쪽에, 바다 딱 접한 곳에 큰 카페가 보이네. 입구가 한 길이니 헷갈리긴 하겠다.
아마 저 카페 주인은 우도 사람이 아닐 거야. 우도 사람이 주인이면 저렇게 써 놓겠어.
우도 왔으면 우도 땅콩에 막걸리 한잔해야 하는데, 아쉽네.
내가 운전할 테니 당신은 한잔해요.
혼자서 뭔 재미로 먹어, 막걸리와 땅콩 사 들고 가서 저녁에 태희하고 셋이 한잔하지 뭐.
가다가 막걸리와 땅콩 파는 가게에 들릅시다.
저기 보이는 등대가 비양도 등대인가 본대. 아따 좀 멀다. 어디 쉴 만한 곳이 없나?
저기 바닷가 돌에서 좀 쉬어 갑시다.
우도가 생각보다 넓어. 이러다가 마지막 배 시간에 못 맞추는 거 아니야.
설마, 안 되면 동네를 질러가지 뭐.
비양도 등대까진 가지 말고 저기 보이는 탑 같은 데까지만 가서 사진 찍고 돌아 나오자.
봉수대 겸 망루네, 올라가서 등대 나오게 사진 찍고 얼른 가자.
바람이 엄청 불 것 같은 데 야영하는 사람들 참말로 대단하다.
그래서 텐트 앞에 돌담을 쌓았구나. 난 낭만적이라고만 생각했다.
여보 여기서 비양도 안내판을 배경으로 셀카 찍자.
진짜 시간이 모자라겠다.
질러가는 길을 찾아야겠다. 동네로 들어가는 길이 어디 있을 텐데.
지도 앱 켜봐.
길 안내를 실행했는데……, 아이 씨!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일단 빨리 걷다가 동네로 들어가는 길 있으면 들어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여보! 여기 동네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 그런데 이 길로 들어가도 될까?
우리가 걷고 있는 해안도로 바깥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동네길 따라가다 보면 둘레길과 만날 것 같아.
저기 둘레길 표식이 있어. 다행이다.
저기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으면 힘은 힘대로 들고 배 시간 맞춘다고 경치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거야.
저기 하우목동항에 배 들어오네.
이제 좀 천천히 걸어요.
배 바닥에 좀 앉자.
이제 좀 살 것 같아. 아까는 배 놓칠까 봐 좀 조마조마했어.
이다음 배도 있었는데 그럴 리가 없지. 여하튼 해안도로 따라 걸으며 우도를 제대로 봤다. 다음에 오면 둘레길로만 걸어보자.
나는 다음에 안 올 건데.
혹시 오게 되면…….
홍조단괴해빈하고 비양도 지나서 있는 해수욕장에 들어가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해.
하고수동해수욕장?
응.
홍조단괴해빈은 천연기념물인데 출입 금지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쓰레기도 좀 치우고.
태희가 좀 늦는다고 하니까 저녁 먹고 갑시다.
가는 길에 갈치 요리 잘하는 식당에 있다는데, 맛있다고 소문나서 사람들이 많이 온대.
줄 서서 먹어야 하면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자.
이 시간에 설마 사람들이 줄 서 있을까.
잠깐만 식당 불이 꺼져 있는데, 뭐야 재료 소진으로 오늘 영업 종료했다는데.
저녁 장사는 아예 안 하는가 보네. 이 시간에 재료가 다 소진되었으면.
태희에게 전화해서 근처 다른 식당 물어봐.
문어 잘하는 집이 있다는데, 설마 그 집도 재료 소진되어서 장사 안 하는 것 아니겠지.
일단 가보자.
차들이 잔뜩 서 있는 저 집인가 보네.
많이 기다리는 것 아니야.
잠깐만, 입구를 놓쳤는데 좌회전해서 돌아가야겠다. 새끼들 진짜! 되게 빵빵거리네, 좀 기다려 주면 어디 탈이라도 나!
여보, 이러지 말고 더 올라가서 우회전해서 다시 돌아내려 오자.
새끼들! 진짜 10초를 못 기다려!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돌문어 볶음 주문한다. 좋은 안주인데 술을 못 먹어 어째!
당신은 마시라니까!
혼자 무슨 맛으로.
신경질 부리질 말고 좀 참아라. 있다가 태희 집에 가서 막걸리 먹으면 되지.
여기하고 거기하고 술맛이 같을까마는 어찌할 도리가 있나.
아까 라면도 그렇고 문어가 정말 부드럽네. 갈치 집 문 닫질 않았으면 이 집 문어 맛도 못 보고 육지에 갔을 거잖아.
갈치 집 문 잘 닫았어!
흐흐흐
태희야 네 처는 육지 친정에 가서 모레 월요일에 온다고 했지?
월요일에 네 처 오면 같이 먹을 식당은 네가 알아서 생각해둬라.
여보, 내일 한라산 올라가야 하고 태희도 볼 일이 있다고 하니 그만 마시고 일찍 잡시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문자 안 오는 걸 보면 통제하지 않는가 봐. 내일 비가 오든 안 오든 준비해서 성판악 입구에 가봅시다.
그래, 그래봅시다. 태희야 잘 자라.
내일 아침에 우리 없으면 한라산에 간 줄 알아, 저녁도 먹고 올 거야. 너도 알아서 먹고 와.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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