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4월 12일

멋지다! 김샘! 2024. 4. 13. 10:08

 1. 교육대학교를 함께 졸업하고 한 30년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이제야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상대방의 말에 끼어들지 않으며 대화하는 경지에 올랐다. 이런 경지에 오르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가? 친구들 고마우이 축하해 줘서.

  국회의원선거 전날 나를 포함한 다섯 친구들이 내 초등교장자격연수 대상자가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었다. 세 친구는 벌써 연수를 받고 교장 발령을 기다리는 상태다. 밤새 마음껏 놀아보자며, 각자 집에 안 들어간다고 허락받고 체력이 될 때까지 아니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대학 때처럼 놀아보자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
  -백아! 정말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쯤에서 한잔!
  -고생했다고 한잔!
  -고생한다고 한잔!
  -고생할 거라며 한잔!
  -학생 걱정하며 한잔!
  -교직원 걱정하며 한잔!
  -늘봄학교 걱정하며 한잔!
  -고칠 것은 많은데 어찌하지 못하니 한잔!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 듣는다며 한잔!
  -욕먹고 듣더라도 소신껏 교감, 교장 역할 해야 한다며 한잔!
  -2차 가자며 한잔!

  2차 노래방에서 1시간 30분 동안 노래는 부르지 않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이야기했다. 사장이 서비스 안주를 가져와서는 노래 안 부르고 뭐 하냐고 해서, 노래는 안 불러도 계산은 정확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 친구가 요즘 문제성이 있는 학생을 학교와 교원이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문제성 있는 교원을 학교에서 어찌하지 못하니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친다고 했다. 교육지원청에 도움을 요청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문제성 있는 교원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 갑질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언행과 상황 기록지와 상담 일지 정리를 잘하는 조언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결방법이라는 게 빗발치는 학부모의 항의 민원을 피해 다른 학교로 전보하는 게 다란다. 일명 폭탄 돌리기이다.
  문제성 있는 교원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몇 교원에 의해-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중론이지만 회복할 수 없는 학생 피해 증가, 학교와 교육의 신뢰성 하락과 해결할 수 없는 민원으로 교육력 낭비의 문제가 심각하다.
  한 친구가 이제 학교 걱정 그만하고 첫사랑 이야기하며 이 밤을 지새우잔다.
  내 첫사랑은 지금의 아내라고 했더니 마이크를 집어던질 기세다.
  각자의 애창곡을 부른 후에 대학 때 불렀던 노래를 마이크를 돌려가며 불렀다.
  노래가 잠시 멎는 사이에 낯익은 첫사랑의 이름이 해롱거렸다.

  숙소가 들어갔다가 소주 한잔을 더하자고 해서, 체육부장 시절 새벽같이 운동회 준비를 마친 선후배들과 아침밥을 먹었던 콩나물 국밥집으로 갔다. 그때의 학교도 무척 힘들었는데, 지금 뒤돌아보니 낭만적인 학교의 끝자락이었다.
  소주 한 병을 채 비우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12시를 넘기며 놀았다.

2.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안정화를 위해 교내 순회를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놀이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생 주위를 맴돌아야 할 것 같고, 학교생활 양식이 좀 달라질 것 같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교장 선생님과 충분히 협의한 후에 내부결재를 득하고 교원들에게 세부내용을 자세히 알렸다. 관리, 감시가 아닌 지원임을 강조했다. 사실 교원이 요청했었다.
  교원의 학생 교육활동에 교장과 교감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 개입해야 할 상황이라도 해당 교원이 그어놓은 경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문제성 있는 학생은 교원의 잘못이 아니다, 문제성 있는 학생의 지도를 도와주려는 동료 교원의 선의를 자신을 탓하는, 자기 비하로 받아들이지 말자.

3. 퇴근 후에 장학사 하는, 내 교육대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교육대학교방송국 후배 몇이 축하자리를 만들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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