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기로에 선 지리산 둘레길 종주(산청군 산청함양 추모공원~어천 마을까지)

멋지다! 김샘! 2015. 4. 6. 21:22

 전날 밤까지 제법 많은 봄비가 와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날씨를 살피니 흐리지만 심각한 방해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어제 저녁 친구들의 걱정을 마음에 새기며 아내와 동호회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 의자가 제법 비어 있어서 이유를 알아보니 신청했다가 취소한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비는 모두 내지 않은 분들이라고 합니다. 좀 찔렸습니다. 아내가 미리 회비를 입금하지 않았다면 빈자리가 하나 더 늘어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는 결정 중의 하나가 손실회피 편향에 빠졌을 경우입니다. 투자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심리때문에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크게 보면 4대강 사업을 서둘러서 시작한 것도 사람들의 손실편향 결정 심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엄청난 일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으니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여 중단하면 아까운 돈만 날린다는 편향된 결정을 국민들이 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결과는 더 큰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편향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둘레길 오늘 출발지인 산청군 산청함양 추모공원까지 동호회 버스로 이동은 하되, 걷는데 위험요소가 없는 평지만 걷기로 마음속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비가 그치고 위험하지 않아서 촉촉한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변이 꽃 천지였습니다. 꽃매화, 동백꽃, 수선화, 복숭아꽃, 막 피기 시작한 배꽃, 살구꽃, 비에 흠뻑 젖은 진달래, 아주 작은 개불알꽃, 민들레, 현호색, 제비꽃, 꽃다지, 쇠뜨기 꽃, 냉이꽃, 목련, 벚꽃, 그리고 제일 많이 본 벚꽃 등... 역시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겨야 주변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 오는가 봅니다. 더불어 산전수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나의 삶에 위로도 했습니다.

 출근길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안개도 무대의 특수효과 같았습니다. 해가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보다 안개덕분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던 걷기였습니다.

 

 하지만 둘레길 종주가 멈출 위기에 처했습니다.

 처음 이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것은 일정한 참가 경비만 내고, 약속 시간만 잘 지키면 부담없이 참가자의 스타일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인데...

 같이 먹기 위하여 회원들이 준비해 오는 음식과 술을 매번 얻어 먹을 수 없으니 아내와 함께 한번은 준비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싫어서 다른 산악회 제쳐두고, 마음껏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지금의 동호회에서 시작하는 지리산 둘레길 종주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지금까진 꿋꿋하게 준비해 간 반찬과 간식으로 눈치보지 않고 해결하였는데 아내는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남은 코스는 방학을 이용하자고 합니다. 나 역시 어울리지 못한 것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회원마다 생각하는 방향과 목적이 다르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회원들의 비난이 있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수와 뜻을 달리하는 소수의 불편함에 따른 갈등일 뿐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 뾰족한 묘안이 없습니다.

 마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애초의 목적인 지리산 둘레길 종주만 생각하여 지금처럼 꿋꿋하게 참여할 것인가?

 술을 싫어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술꾼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굉장히 좋아하여 사람의 정을 돈으로 거래하지 않을 정도여서, 어떤 이는 한량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잘 포장하여 지조있는 선비라고도 하는데, 이번 참에 맑은 정신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양보하고 술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

 방학을 이용하여 한꺼번에 종주할 것인가?

 

 아내는 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