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나는 노안이다.

멋지다! 김샘! 2016. 2. 8. 11:33

  개인적으로 양력보다 음력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두 아들의 생일도 음력으로 하고 있는데 다행히 싫어하지 않고 좀 특별함을 즐기는 듯합니다.
 
  오늘은 음력 1월 1일 설날입니다.
  올해의 다른 소망도 있지만 오늘을 '나'를 인정하는 첫날로 삼겠습니다.  
 
  나는 노안입니다.
  신체 나이를 떠나서 얼굴 생김새가 노안입니다.
  그래서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노안이라고 지적질 합니다.
  그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애서 태연한 척합니다. 그리고 얼른 화제를 바꾸어 버립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교육장이 학기 초에 학교를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왜 늙었냐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뒤에 사과를 받았지만 며칠간 우울한 날 이이었습니다.
  학교 연구실이나 교사 휴게실에서의 가장 많은 대화가 외모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늙어가는 것이 아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또 어떤 이는 후배의 젊음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본인의 인격을 가라앉히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미용실이나 마사지 숍의 수준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교사연구실이나 휴게실에 들어가기가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는 뚱뚱하다. 누구는 대머리다. 누구는 날씬하다. 누구는 잡티가 많다. 누구는 주름살이 깊다. 누구는 인상이 안 좋다. 누구는 피부가 검다. 누구는 옷을 잘 입는다. 누구는 옷을 못입니다. 누구는 배가 나왔다. 등 너무 쉽게 남의 외모를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말만 그렇게 하지 절대 외모로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남의 외모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순간 외모가 그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된 것입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우리 사회의 외모와 계급에 대해서 토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외모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편견이다. 외모가 그 사람의 능력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능력이 같으면 예쁜 것이 좋지 않으냐?'고 주장합니다. 그리고는 외모보다 능력을 쌓으라고 조언합니다. 외모를 강조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외모를 중요시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실제 면접과 관련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은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잘생긴 외모와 예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능력이고 계급으로 고착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선호하면서 형식적으로 그렇지 않은 척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형을 비롯한 외모 가꾸기도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며 이 능력으로 상위 계급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부끄럽고 숨길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성형을 밝히는 연예인이 많은 것도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인권입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나라는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닙니다. 외모에 의해 차별받는 비 인권 국가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인권국가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법으로는 인권국가이지만 사회구성원들이 관습적으로 외모로 차별하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인권유린 사건에 분개하며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척하는 사회입니다.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그 사회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이  관습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관습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말과 행동에서 출발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질서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는 법률이나 특정인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나를 포함한 개인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는 절대 타파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너무 쉽게 내뱉는 외모 지적질이 우리나라를 외모 지상주의 국가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착되어 관습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신년 첫날 다짐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
  '외모에 대한 칭찬도 하지 않겠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보는 사람이 되겠다.'
  '인격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겠다.'
  '나의 노안을 지적한다면 입의 반대쪽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뱉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측은하게 대하겠다.'
  '나의 노안을 당당하게 드러내겠다.'

  그리고 외모 지적질이 일상화된 또 다른 나에게 묻습니다.
  나에게 다른 사람의 외모를 지적질 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가?
  행복하게 살아갈 사람이 왜 나의 외모 지적질에 괴로워하며 불행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지적질에 대한 피해가 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지적질에 의해 나의 자식, 우리의 후손들이 외모 지상주의의 늪에서 얼마나 더 허우적대며 괴로워해야 하는가?
  외모 지적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올바른 인권의식이 자랄 수 있을까?

  올바른 인권의식이 일상화되고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아예 사라지는 사회를 병신년 첫날에 꿈꿉니다.

  차분히 단호하게 실천하겠습니다.
  나는 노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