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학부모와 교육장과의 간담회가 있을 예정이어서 아침부터 준비 관계로 바빴다.
어제 집에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수정하려다가 컴퓨터를 켜기 싫어서 오늘 아침에 기획회의 전에 수정하고 출력한 후 기획회의에서 최종 확정했다. 교사 시절부터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웬만한 프로그램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해결한다. 하지만 감각은 많이 무디어져서 전체 디자인을 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기획회의를 마치고 간담회 준비를 했다.
해당되는 분들에게 일일이 협조를 구했다.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교육장과 일행들이 오후 간담회를 하기 전에 학교 공사 현장을 둘러본다고 미리 왔다. 행정실장이 가르쳐 준 도착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이 달라서 맞이는 하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이 한 모양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별다른 전화가 없어서 교무실에서 내 업무를 계속했다.
교장 선생님이 요구한 간담회 준비와 실현 가능성의 차이가 있어서 해당 선생님과 협의한 후 현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교육지원청에서 제출이 누락된 공문에 대한 연락이 와서 해당 선생님에게 확인한 후 제출하도록 했다.
여러 가지로 바쁜데 교육행정실문원이 합당한 이유로 자리를 오랫동안 비웠다. 짜증이 났지만 이유가 합당해서 꾹 참고 합당한 이유가 사라진 후에 간담회 준비에 필요한 내용을 전달했다.
이번 주에 처리해야 될 공문이 몇 건 있는데 짬이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내일 할 생각이다.
<간담회 풍경>
최대한 중립적으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안내된 자료와 학부모 간담회, 설명회에서 거론된 내용은 자제하고 새롭게 논의하자고 했다.
배려하고 이해하여 진정으로 소통하는 간담회가 되자고 했다.
행정실장이 지금까지의 경과를 안내했다.
학교장의 인사말씀에서 이번 사태를 다시 정리하며 휴업을 뒷받침할 근거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면 휴업을 하겠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휴업의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공사업체, 교육지원청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안전을 최우선 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관리 감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학부모가 질문하고 답변하는 부분에서는 사회를 보면서도 짜증이 났다.
법령에 근거하여 시행하는 것을 다수결로 하자. 그동안 학부모가 제기해 온 온갖 의문을 가정통신문, 학교 홈페이지, 전화민원, 국민신문고, 설명회를 통해서 답을 했는데 다시 같은 내용을 제기하며 학교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행위는 이게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이며, 듣거나 읽지 않고 막무가내로 소통이 부족하다고 억지 부리는 것을 우리의 수준으로 인정하려니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서글펐다.
교육장의 설득에 학부모는 무조건 휴업을 요청했다.
교육장은 휴업은 학교의 권한이고 지원청에 휴업을 보고할 때 그 사유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학교장은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했다.
또다시 교장 선생님이 합당한 근거와 명확한 증거로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사유가 되면 휴업을 하겠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간담회의 결론으로 갈음해도 되겠는지 물으니 동의했다.
우리 학교 담당 장학사가 마치는 걸음으로 다가와 교육부 질의를 해보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7조 2항의 학교의 장은 비상재해 기타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 휴업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지체 없이 관할청에 이를 보고하여야 한다.』의 해석을 간담회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 학교의 경우 「기타 급박한 사정」에 해당되는데 학부모가 우려하는 부분이 급박한 사정에 해당되는지를 학부모의 정서적 감정이 아닌 공사가 학생들의 안전을 침해한다는 전문가의 감정서가 있어야 된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했다. 업무 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누가 이런 감정서를 발급해 주겠는가? 결국 학교장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내일 기획회의에서 현 상황이 우리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수준이라면, 기부 채납을 대비해 옮긴 교실을 업체에게 원 상태로 돌려주고 기부 채납 공사를 하지 않고 업체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납부하도록 하자고 건의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에 납부된 기부금은 우리 학교 환경 개선 사업에 사용되지 않고 학교와 교실이 부족한 곳에 우선 투자된다. 우리 학구에 건설된 아파트에 입주한 아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환경 개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어찌하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다. 휴업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휴업을 강요하고 그 책임은 학교장이 지라고 하는데….
이게 우리 수준이다. 수준만큼 내 삶이 변한다는 반면교사의 깨달음으로 삼을 수밖에….
훗날 내가 교장이 되면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법령을 어겨서 책임을 지면서까지 교장하고 싶지는 않다.
간담회게 퇴근 시간을 많이 지나서 끝났다.
전교직원이 참석했기 때문에 퇴근도 늦었다.
괜히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난 교직원협의회에서 학교의 사정을 소상히 알려달래서 의논되고 있는 내용을 소상히 알렸었는데,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서 학부모 귀에 들어 간 모양이었다. 간담회의 어떤 부모가 이 이야기를 언급하며 학부모 몰래 공사를 진행하거나 진행하려 한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소통으로 신뢰가 형성되지만 신뢰가 전제되어야 할 소통도 있음을 모를까? 이것도 우리의 수준일까?
여러 가지로 씁쓸한 하루였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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