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별 감흥은 없다.
어떤 분이 교무실로 떡을 보냈다.
청렴에 위배되지 않는 떡이라서 갈라 먹었다.
친화 회장님이 예쁜 장미꽃으로 스승의 날 축하한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나에게 스승의 날은 아무 의미가 없는 나아가 더 슬픈 날이다.
몇 해 전의 스승의 날 저녁에 생각 자체가 싫은 일생일대의 실수가 있었다.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순간순간이 싫다.
잘 가르친 제자도 없다.
초임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며 폭력이라는 수단을 동원했다.
그나마 교사의 의미를 자각한 시기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교육방송에 출연하여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사였다라고 말했는데 그 앞부분에 '아이들에게도 정말 나쁜 교사였는데 교사로 자각한 이후부터'가 편집되었다.
제자들이 전화 오고, 찾아오고, 꽃과 선물을 보내는 동료들이 참 부럽다.
하기사 나를 찾아와서 원망하는 제자가 없는 것만도 다행이다.
아침마다 줄줄이 재잘거리며 교무실에 있는 교실 열쇠를 가져가는 2학년 아이들이 교무실에 와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줬다.
돌봄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한 것이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고맙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에 대한 의도적인 가르침이 없다면 훗날의 스승도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과 주무관님에 대한 기고한 글이 지역 신문에 실렸다.
교직원 밴드로 공유했다.
연구부장과 행복학교부장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메신저로 보냈다.
원본대조필의 의미를 모르는 선생님이 있어서 의미를 설명하고 바른 방법을 안내했다.
난데없이 친구가 찾아왔는데 시끄러운 교무실에서 커피 한 잔으로 맞이했다.
학교에 손님이 오면 응접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다른 학교의 선생님을 대상으로 수업을 공개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교실을 가봤더니 창문 아래 대리석이 깨져 있었고 그 아래 벽이 너무 더러웠다.
수리와 도색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담임에게 물었더니 필요하다 해서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여 수리와 도색을 하기로 했다.
행복학교인 우리 학교는 실용성을 내세워서 안전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소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다른 이들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이런 것으로 흠집을 내려한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교직원들끼리 재미있는 저녁을 약속한 모양이었다.
할 일도 있었지만 미련 없이 퇴근했다.
스승의 날에 교감이 끼어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교사 시절에 이해하기 힘든 학교 문화 중에 퇴근 후에 선생님들끼리 모이는데 교감이나 교장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퇴근 후의 자유로운 시간에 교감이나 교장의 눈치를 볼 일이 뭐가 있나? 숨길 이유가 뭐가 있나?
이런 걸로 눈치 하는 관리자 있으면 그 사람이 못난 것이다.
당당하게 하시라.
TV에 나왔다고 SNS로 홍보를 했더니 축하 메시지와 전화가 많았다.
기분이 좋았으나 조금의 걱정도 있었다.
좋아하는 피순대와 막걸리, 학교 텃밭의 상추로 스승의 날을 조용하게 보냈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