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평론: 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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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2

가을 어느 날에

아파트 뒤 나지막하지만 울창한 솔숲으로 들어가는 사잇길을 삭풍을 몰고 왔어야 할 가을 햇살이 눈부셔서 고개 숙여 걷는데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있어 고개를 들었더니 조롱조롱 달린 감이 따가운 가을 햇살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었다.

나의 앨범/산책길에서 2024.11.19

2022년 9월 29일

감나무야 미안하다. 구불구불한 도랑이었다. 지게를 겨우지고 위태롭게 걷던 도랑 둑길이었다. 그 둑길이 끝나는 즈음에 조그마한 밭이 있었다. 칡덩굴이 밭을 포위한 채 호시탐탐 침범의 기회를 노렸다. 닭알로 돼지 새끼를 사고 돼지 새끼로 송아지를 사서 황소로 내다 팔았다. 송아지를 사고 남은 돈으로 골짜기 밭 주변의 산을 조금씩 사서 감나무를 심었다. 자식이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입학할 때면 감나무도 덩달아 늘어났다. 감나무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넓이만큼 들어차야 자식이 그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 도랑이 시멘트로 곧게 발라졌다. 도랑의 안개는 그때처럼 피어올라 벼의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아버지가 지게도 없이, 리어카도, 경운기도, 1톤 트럭도 없이 꺾인 허리에 손을..

교감 일기(2018~)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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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경험에서 얻은 묘한 이치로 학교를 평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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