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4

2025년 4월 22일

비 같은 비가 내린다.짙은 연두색의 쑥절편을 받아들곤, 직접 쑥을 캐서 시장통 떡방앗간에서 옛날 방식대로 한.쓸데없이 하나하나에 비닐 포장했다고 투덜대곤, 옛날에는 눌어붙지 않게 참기름울 발랐지.휴게실 창문 너머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드는 교직원을 보며, 구수하게 구워진 커피 원두를 천천히 갈았다. 커피를 내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업무포털을 보려는데 얕게 켜놓은 클래식 음악이 오늘 같이 비 같은 비가 오는 날은 낭만에 젖어란다.한 모금의 커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눈치 없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떠오르고.어이없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내게는 또.이러는 내가 참 짜증스럽다, 그래도비가 와서, 비 같은 비가 와서 좋다.

2021년 4월 12일

회색의 피부에 희부연 새살이 돋았다. 희부연 새살은 연두와 초록의 살갗이 되었다. 연두와 초록의 살갗에 봄비가 내린다. 후투티 세 마리가 연신 머리를 초록의 운동장 속으로 감춘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축축한 모래를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하게 똥을 싸고, 나는 사방이 울리도록 손뼉을 치며 쫓는데 고양이는 중간에 끊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그래! 오늘만 편안하게 싸고 가라. 학교의 사람들은 화단에 냄새 없는 거름을 뿌리고, 봄비에 따라온 추위로 어깨를 움츠린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아이들의 대답 소리는 빗물과 함께 흘러간다. 오늘도 학교의 삶들은 습관처럼 다가와서 사라지지만, 따뜻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훈훈한 이야기로 모락모락 피어나기를 고대한다. 야옹아! 네 똥냄새는 따뜻한 봄날에도 피어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