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부터 학교에 있던 짐을 정리하고 있다. 버릴 것 버리고 나니, 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버리지 못해서 갖고 다니는 것들을 담은 A4종이상자 하나, 드립커피 도구를 넣은 다회용 종이가방 하나가 전부다. 교감 명패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천덕꾸러기다. 교감으로 첫 발령받을 때, 하나 정도는 기념으로 필요할 것 같아서 챙겼었다. 지금은 교감자리 칸막이에 올려놓을 이름만 있는 작은 명패가 딱 좋다. 살면서 잘한 것 중의 하나는 골프를 시작한 것이고 더 잘한 것은 그만둔 것이다. 한 20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손이 얼어 골프채를 제대로 쥐지 못해도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신나게 쳤다. 어느 날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모름 미안함이 싹터서는 자꾸 커져만 가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