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사 2

2020년 12월 1일

나의 겨울은 방학이 알려주는데 1월 중순에 겨울방학이 시작하는지라 12월의 첫날이 알려주는 겨울이 실감 나지 않는다. 올 들어 가장 낮은 기온, 편백나무 군락을 초록의 파도로 넘실거리게 하는 찬바람, 마스크 사이로 삐져나온 김으로 뿌옇게 흐려진 안경은 겨울이라 말하는데, 내 마음은 가을에 머물러 회색 사이에서 빨강과 노랑을 발견할 때면 올가을의 단풍은 참 진하다는 생각을 한다. 2021학년도 학교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워크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교육공동체를 향한 설문지다. 이밖에도 코로나 19가 가져온 상황에 따른 설문지, 각종 만족도 조사도 등의 설문지로 설문지가 만능이 되었다. 설문지가 교육을 하는 듯하다. 코로나 19 대응 단계에 따라 학교의 상황도 변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는 학교장이 판단해야 ..

2020년 11월 27일

알면서, 씨앗의 독초를 뿌리고 그 독초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냅다 내빼고는. 그 독초의 씨앗을 뿌린 이가 '나'라는 사실이 발각되는 것이 두려워서. '나'가 독초의 씨앗을 뿌리고 떠난 시공에, 퍼진 독을 어찌할까 전전긍긍하는 그들에게. 또 다른 독초의 줄기를 그들의 몸에 칭칭 감고는 그들을 조정한다. '나'가 뿌린 독초의 뿌리를 적당하게 밟아라. 세게 밟으면 짓이겨진 독초의 뿌리가 내뱉는 맹독의 거품으로 '나'를 경멸하고, 독초의 실상도 알려지리니. 그들이 독초를 싫어하면 안 된다. 그들이 독초의 진액으로 '나'를 싫어하고 독초의 씨앗을 분간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나'가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으려니. 더군다나 내가 뿌린 독초를 적당하게 제거하는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안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