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학교로 찾아가는 청렴강사 연수가 있어야 되는데 코로나 19의 2단계로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취소되어서 출근했다. 행정실장도 연수가 취소되었다며 출근했다.
토요일에 담당 장학사가 문자로 연락이 와서 혼선이 없도록 당부한다고 했는데 고마웠다. 예정된 연수와 회의들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될 듯하다.
그냥 생각나서 기록하는데 9월이면 새로운 분들이 취임 인사를 할 것이다. 가르치듯이 하는 인사말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웬만한 리더십이나 민주적인 직장 문화에 대해서 연수나 책, 방송을 통하여 머릿속에는 가득 차 있다. 개인 취향, 개인적인 노력 여하, 주위 환경, 혼자서 어쩔 수 없는 문화 등에 의해서 실천이 안 되고 있거나 그런 문화를 강조할 필요 없이 행복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문화를 원한다면 첫 대면에서 가르치려 들지 말고 꾸준한 행실로 드러내면 따라 한다. 말만 번지르하게 하고 행동이 말을 따라 하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리더십 없다. 사람은 결코 말 몇 마디에 금방 바뀌는 존재가 아니다. 가끔은 실망하면서 너무 자주는 실망하지 말고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어제 우연히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전화기-에 대한 텔레비전의 강연 프로그램을 들었다.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현시대의 인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우려한다.
1. 인간의 진화는 다른 종과 다른 인지 혁명에 의한 뇌에 지식이 축적되는 과정이었다. 뇌에 지식이 축적되는 과정 없이 지혜로운 전화기에 의한 검색에만 의존하면 인간을 위해 인간으로서 결정해야 될 모든 것들이 인공지능이 객관성과 합리성으로만 결정할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 업무의 효율과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지혜로운 전화기를 이용해야지 인간으로서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미래교육 운운하며 지식 축적의 과정에 의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고뇌의 과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인류의 퇴행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생각해야 인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2. 지혜로운 전화기는 세대 간의 단절을 야기한다. 현재는 과거의 작품이고 미래는 현재의 작품이다. 현재로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하려면 세대 간의 소통-그것이 인간이든 물질이든 간에-은 필수다. 그리고 지혜로운 전화기에 갇힌 인류는 대면으로 배우는 인류애를 체득하지 못한다. 지혜로운 전화기로 소통하는 인류는 전화기 너머의 인류를 의식하기보다 전화기 너머의 인류를 전화기 속에 구현된 대상으로 느낀다. 이런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의 부재는 인류의 유대관계를 파괴하고 인간을 비인간화하여 자본에 의한 합법적인 범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3. 보고 듣는 것에 특화된 지혜로운 전화기는 인간에게 생각할 시간을 부여하지 않는다. 오디오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책을 읽는 이유는 글을 읽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디북은 흘러가는 음성을 따라가야 되기 때문에 상상력과 생각에 의한 지혜로 이어지지 않는다. 유투버 역시 흘러가는 영상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수용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그런 영상이 제작된 의도까지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중독되는 것이다. 극단적이고 비판력을 상실한 우민화된 인간을 만들 뿐이다. 오늘의 광장에서 그러한 무리들을 목도하고 있으며,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의 일반적인-나와 다르지 않은- 사생활과 의미 없는 장난기를 여과 없이 수용하고 따라 하며 어렵게 번 돈을 영혼 없이 낭비하고는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한탄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과학의 진보를 부정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과학의 진보는 성장하는 인간이기에 가능했는데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교육을 주장하면서 미래교육 운운하지 말 것이며 성장이 배재된 코로나 19 사태 이후의 교육을 운운하지 말자는 것이다. 인간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기계 문명이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연구되어야지 진보된 과학과 기계 문명에 제도를 맞추려는 연구는 중단되어야 한다.
코로나 19와 유사한 사태에 의한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될 사회를 예견하는 우리의 과제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글로 표현하며, 주위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을 구현하여 인간의 성장을 이루냐는 것이다. 정치와 인기에 영합하여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낼 단순한 과제가 아닌 인간 종의 운명을 결정하는 인류 문명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 않다면 진화되어 인간화된 휴머노이드에 지배당할 것이다. 인간의 인지 과정이 그들과 같다면 데이터 처리 능력과 물리력은 그들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어도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여서 큰 고민 없이 전체 등교를 결정한다. 우리 학교처럼 적정한 작은 학교가 참 좋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바른 학교의 모습은 학급당 20명 이하의 학생 수와 학생들의 동선이 겹쳐지지 않는 공간 확보다. 저명한 교육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온라인 학습보다 등교 학습이 좋은 것이 상식이지 않은가? 코로나 19 사태 이후는 지금보다 덜 걱정스럽게 등교 수업이 되도록 현재 우리 고민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성찰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인간을 위한 역사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와 방학 생활을 담당하던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 시청의 권고로 휴관을 했다. 학생들은 조금 힘들겠지만 현명한 결정이다.
2020학년도 하반기 공모교장제를 운영하기 위한 개선 방안 제출 공문이 와서 그동안 생각한 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알릴 필요로 반영되라는 큰 기대 없이 제출했다.
1. 학교운영위원 중 힘 있는 소수에 의한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서 교직원, 학부모의 설문 조사만으로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2. 공모교장제를 교장 임기 연장이나 교장을 조금 더 빨리하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희망자의 응모에 의한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3배수 추천에서 응모하지 않은 대상자도 학교 공모교장선정위원회에서 필요한 경우 3배수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한다.
3. 서류 심사와 심층면접으로는 공모교장의 자질을 검증하기 힘들어서 상호토론, 전문가 그룹에 의한 즉흥 토론 및 질의응답을 추가하도록 한다.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느슨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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