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9월 7일

멋지다! 김샘! 2020. 9. 7. 17:30

아주 강력한 태풍 하이선이 북상해서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소식으로 주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태풍의 위력에 의한 일반적인 피해도 걱정이 되었지만 교직원들의 복무가 더 걱정이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이지만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여서 전교생이 등교 수업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10호 태풍 하이선으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지난 금요일에 오늘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교직원 복무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맞는 비상근무를 명했다. 이어서 교육지원청에서 교원 1/2 이내의 재택근무는 가능하나 휴업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가나 연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들이 진심으로 고맙다.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금요일에 1/2 이내 교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 알리며 희망하는 교원은 그렇게 하도록 하면서 재택근무에 따른 계획과 보고는 준수해 달라고 했다. 문제는 1/2 이내의 교원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선뜻 결정할 수 없어서 교사들끼리 협의해서 결정해달라고 하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교사였다면, 나라고 어떤 말을 했겠는가? 내가 근무하겠다고 했을까? 출근 거리가 비교적 머니까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했을까?  교장 선생님과 바로 상의하여 평소처럼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혹시 안전한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나에게 바로 연락을 하도록 했다.

금요일 퇴근 후부터 태풍 진로를 예의 주시했다. 제발 우리 지역과 먼 곳으로 비껴가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의 출근을 위협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바랐다. 교직원들의 안전이 우선 걱정이었고, 출퇴근을 하지 못하는 교직원이 있을 경우 복무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였다. 1/2 이내의 교원을 어떻게 정할까? 교육행정직, 교육공무직은 또 어떻게 할까? 나와 행정실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나와야 될 것이고, 사실 나와 행정실장만 출근해도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학교의 행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부득이하게 모든 교사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면 학생들의 온라인 등교와 교사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법령에 위배되고 복무를 상신하는 시점이 복무 전이 아니어서 감사 지적 사항이고, 교육행정직은 연가를 신청해도 되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연가보상비와 관련이 되고, 교육공무직은 휴업일이 아니어서 학습휴가를 사용할 수 없고 연가를 사용하면 임금과 관련이 있다. 물론 아주 위급한 상황인 경우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복무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어제 일기예보에서 하이선의 진로가 우리 지역과 많이 멀어져서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세력이 강하고 우리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권이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진로를 확인하니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지역과 먼 곳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었고 세력도 다소 약화되었다. 밥을 국에 빨리 말아먹고 출근을 하는데 위협을 느낄 비바람은 아니어서 안도했다. 모든 교직원들이 안전하게 출근하셨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자연재난으로 온라인 등교를 하면 수업일수에는 지장이 없지만 교직원들의 복무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다. 나라면 추후 수업을 하루 더하더라도 학교장 재량휴업을 권고하겠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필수인력은 반드시 복무를 해야 한다. 공무원의 책무다.

직위나 직급, 사람의 성향에 따라 쓸데없는 걱정이었겠지만, 오늘 아침 태풍 하이선이 나의 걱정을 덜어주어서 나에겐 정말 고마웠다.
울릉도에 거주하는 분에게 태풍 대비를 잘하라고 하니 대비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덜 피해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텔레비전 장면이 떠오른다. 모든 분들이 태풍 피해를 덜 받았기를 바란다.

오전에 태풍이 우리 지역을 벗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교직원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타인에게 인심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달래는 나를 위한 위로여서 가끔 그렇게 한다. 이타적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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