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갑작스럽게 원인모를 신경질이 올라왔다.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며 사람과 대면하지 않으려 했다. 퇴근 후에 아내 하고도 이런저런 말을 아끼는데, 아내가 하는 언행이 자꾸 거슬리며 나를 좀 배려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이 목구멍에 차올랐다. 이런 경우는 어떤 말도 하면 안 된다는 미립으로 입을 끝까지 꾹 다물었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막걸리를 한잔 하다가 더 이상 먹으면 엉뚱한 소리를 할 것 같아서 가벼운 산책을 대신했다.
늙음에서 오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계절 탓인지 간혹 이런 때가 있다.
아침에 태풍 이상의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바람과 세찬 비가 내렸다. 선선한 바람과 산뜻한 햇살이 태풍으로 피해 입은 국민들을 위로해야 되는데 날씨가 야속하다.
아침활동 시간에 교장선생님, 행정실장, 학교 공간 재구조화 관련 담당 선생님들과 어제 오후에 설계사들과 나눈 이야기의 결과를 번복하는 협의회를 잠시 했다. 어제 회의 결과의 번복을 위해 내가 주관한 협의회였고, 내 이야기를 들은 교장 선생님께서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어제 회의를 마친 결과로 안전, 보안, 실용성, 효율성 등으로 검토했을 때 보기 좋은 외관 말고는 장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하려다 객관적으로 검토할 내용들이 있어서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했고 신경질이 가라앉지 않아서 원만한 소통을 방해할 것 같았다.
아침에 협의를 하니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도 보안과 안전, 실용성, 법령 등에 대해서 어제 회의 결과에 대한 검토 사항을 제기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교장선생님이 판단하셨고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어제의 결과를 개선한 번복이지만 담당 선생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어제, 조금 알고 있는 교감의 난데없고 어처구니없는 전화가 있었다. 내 상식에는 맞지 않는 전화였지만 웃으면서 응대해 주었는데, 교감이 교장의 사적인 모임까지 관리해야 된다는 말투가 지금도 거슬린다. 그러니까 너네 학교의 분위기가 엉망이다는 소문이 파다하지! 실제로도 그렇고.
'어제 갑자기 신경질이 난 원인이 이거였나!'
사람을 잘 불러 모으지 않고 가능하면 새로운 사람과의 사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생활을 추구하는데 정작 코로나 19 사태가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니까 이상하게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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