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10월 14일

멋지다! 김샘! 2020. 10. 15. 09:14

교육전문가나 전문가인척 하는 교육 참견자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학교 교육형태를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교육이 합당하다며 이에 맞는 여건 조성을 대단히 강조한다. 사실 나는 blended라는 용어가 이에 어울리는지부터 묻고 싶다. 혼합된, 혼방이라는 뜻인데 그냥 두 가지 이상이 뒤섞인다는 의미다. 이 용어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일이 한꺼번에 행해진다, 나란히 함께 간다, 화음 중의 두 소리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일이라는 뜻의 '병행(竝行)'이 더 어울리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교육은 100% 등교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 공간 재구조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 밀집 학교는 도시 공동화 지역 학교와 나누고, 신도시에 밀집 학교는 근교 농산어촌 학교와 나누어서 전교생 수와 학급 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학교 내부도 충분한 거리 확보와 최대한 겹치지 않는 동선이 가능하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효과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교사가 없어도 정보만 제공되면 피교육자 스스로 지식을 쌓는 것은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인간 교육이 지식만을 머리에 축적하는 것이 되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러지 않기 위해 온갖 법령과 제도가 거미줄처럼 학교를 지배하지 않는가?
영상으로 쌍방향 간접 대면 수업이 가능하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뇌과학자의 실험에서 똑같은 아름다운 자연을 텔레비전과 직접 감상하도록 했더니 텔레비전을 통한 감상은 뇌에서 아무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생태교육과 자연을 가까이하는 현장학습과 체험학습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청각과 시각도 경험에 의해 체화된 것만 듣고 본다고 뇌과학자들은 강조하며 어릴 적의 듣고 보고 느끼는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어릴 적에 트로트 음악에 많이 노출되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음악보다 트로트 음악에 먼저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교육을 위해서는 혼합 교육-병행 교육-보다 정상적인 등교가 가능한 학교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혼합 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이 대세이니 이들에게 불만도 제기한다. 혼합 교육을 하려면 첨단 장비도 중요한 만큼 이를 운용하는 교원들의 유연한 근무를 비롯한 복지 제도와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위해 천박한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효과는 없고 교육 경쟁력과 효율성은 오히려 저하시킨 인센티브 정책인 성과상여금과 학교폭력 예방 및 기여교원에 대한 승진 가산점 부여 정책과 같은 획일화를 강조하는 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를 비롯한 어떤 단체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래서 이들이 교육을 진정으로 생각하는지, 인기를 얻어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지, 아님 교육보다 기계를 팔아보겠다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싶은지 알 수 없다.


어제저녁 JTBS 뉴스룸에서 수능 수시에 대한 교육부의 각 대학 점검을 보도했는데 수시의 부정적인 점만을 강조했다.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는 교육부의 의도된 점검을 그대로 방송했다. 어제 수시의 부정적인 내용보다 정시의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계서제를 정착시키는 일등 공신이다. 어제 방송한 수시의 부정적인 면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점검하고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교육부의 관리 감독의 책임은 묻지 않고 정시 비율 확대를 위한 여론 몰이를 교육부를 대신하여 언론이 시작했다. 다른 교감 일기에서도 강조했지만 수능 시험을 치기까지의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수능 점수를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정부와 교육부는 수능 정시 비율을 확대하려면 수능을 치기 전까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이 공정한 지부터 살펴라.

시간을 내어 우리 학교를 둘러싼 교육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교사와 현재의 운동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고생하시는데, 나의 생각이 그분들과 절충되지 않을 것 같은 확신으로 도와주겠다는 말은 안 했다. 퇴근 후에 도교육청 담당자들과 협의회가 있을 모양인데 의미가 있기를 바랐다. 

고집을 피우면 안 되는 것이 읽은 대로 생각하고 확정해야 하는데, 읽고 관습적인 사고로 확정하니 읽은 내용과 다른 엉뚱한 확정을 하게 된다. 나이와 경험이 늘면서 확정의 오류가 빈번하다. 확신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함께 확인해보자로 접근해야 한다. 확정 오류로 어떤 교사에게 실수했다. 다행히 말한 강도가 세지 않아서 덜 미안했다.
 
날씨가 많이 쌀쌀했다.
출퇴근에 잠시 걷는 시골길의 가장자리에 간혹 있는 감나무와 단풍나무의 이슬이 맺힌 새빨간 잎으로 가을 감성을 억지로 흉내 냈다.

아내와 큰 아들이 생일이 같은데 오늘이다.
다행히 큰 아들이 외출이 되어서 퇴근 후에 함께 저녁 먹으며 축하했다.
생일이 같아서 나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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