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저녁을 결코 보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는데.
머리에 뭔가 끼여있는 듯이 정신이 뿌옇했다.
제자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낯선 번호의 축하 문자가 왔다.
유추해보니 예전 함께 근무한 교무행정원이어서 고맙다는 안부 전화를 했다.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다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모를 단체 문자로 민폐를 끼칠까 봐 삭제를 했는데 알고 보니 1년 육아휴직을 했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삭제한 경위를 이야기하고 다시 저장해놓는다고 했다.
겸사겸사 그 당시 함께 근무했던 교무 선생님, 뒷날 다른 학교에서 교감으로 또 함께 근무, 지금은 그 당시의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분과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감이 되고 보니, 두 번째 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할 때에 교사였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자잘한 말실수를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런 마음으로 후배들 잘 챙겨주라고 했다.
편한 마음으로 교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직에 들어와서 제일 잘한 것이 교감이 된 것이다.
교사로서 몰랐던 학교의 여러 모습을 겪으면서 성찰과 성숙을 반복하고 있다.
제자에게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더니 많이 겸손해했다.
중간고사 마치고 다음 주에 저녁 먹기로 했다.
지금은 대학생인 이 제자는 안타까워서 늘 마음에 담고 있다.
지역 유지 집안이었고 여러 가지 환경도 남들의 부러움을 샀으며 본인도 공부를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는데 공부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서 애 닮았다.
그래서 앞선 갑갑한 마음으로 여러 번 심한 말로 상처를 줬다.
지금 생각하면 정서적 아동학대다.
중학교 선생님들이 진로지도를 잘해 주셔서 건설공고로 가서 공모전 입상을 다수 했고 그 스펙으로 국립대학교 건축학과에 다닌다.
설계와 디자인을 하려면 어느 정도 수학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못 궁금해서 다음 주에 물어볼 생각이다.
이런 경험으로 대학 수능 정시보다 수시 확대를 주장한다.
물론 정시와 수시를 떠나서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하고 그것도 제대로 해야 인간 성장으로 이어진다.
인간 행복을 위해서 공부는 대충해도 된다고 호도하는 이들에게 절대 공감할 수 없고, 행복을 위해선 모자란 공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공부해야 된다는 신념이다.
수능 말이 나온 김에 교육부는 여론이 정시가 문제 많다고 하면 수시 비율, 수시가 문제 있다고 하면 정시 비율을 높이는 땜질식 수능 정책을 펼치지 말고 정말 문제 있으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특별휴가(가족돌봄휴가) 신설에 따른 급여지급 방법 안내 공문을 안내했다.
기존 자녀돌봄휴가는 가족돌봄휴가로 통합운영된다.
휴가 일 수에 따라 유급과 무급으로 나눠짐을 잘 살펴서 복무하라고 했다.
마음 아픈 후배가 있는데 도움이 못되어서 미안했다.
교감의 한계다.
겨울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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