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어떤 날에 처음 만난 어떤 이가 뜬금없이 시선은 공중을 향하면서 말은 나를 향해 교감이 무조건 교사 편을 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흔들림 없이 말했다. 순간, 당황스럽고 어떤 대처가 마땅한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또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몹시 언짢았다. 어떤 누군가가 그 사람에게 나를 평가했던 모양인데, 배포가 있다고 자부한 그 사람이 나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할 속셈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직업인 교감으로서 두 가지 원칙은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나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진 이야기는 이성이 있는 한 어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특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더 그렇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이 학교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은 생각 없다. 단, 정말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나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서 짐작하여 말하는 것은 그에 따른 도덕적,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둘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교원으로 잘못된 행위로 책임을 져야 하는 우리 학교 교원이 있는 경우 교육지원청을 비롯한 외부에 있는 모든 기관과 구성원들에게 우리 학교의 교원의 허물이 부당하다거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내부에서는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실수가 있었을 경우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객관적으로 말한다. 내부의 사람들 중에 내부적인 나의 태도로 같은 편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직업인 교감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인간을 믿지 않는다. 타인을 적으로 생각하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은 자기 자신을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본능으로 무조건 보호하려 한다. 이런 본능이 지구 상에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고 한 개체인 인간에겐 생명 보존과 자존감을 갖게 했다. 그래서 위급하거나 불리한 상황의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거나 때로는 과장이나 편집으로 거짓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아무리 평소에 친하게 잘 지내더라도 자신을 보호해야 될 때에는 평소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의미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이렇지 않은 인간들은 존경한다. 그리고 이렇지 않은 인간들은 다른 인간 종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인간 종들은 단명하기 때문에 이타적인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낮아서 점차 이기적인 인간이 득세하여 인간 세상이 각박해질 것이라는 개똥철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인간 세상에서 자기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우기지 말 것이며, 다른 인간이 자신을 속이더라도 자신도 똑같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다.
SNS에서 조금 인기를 얻으면 주장의 차원이 아닌 시키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긴다. 정의에 어긋나지 않으면 각자의 방식을 존중해야 되고, SNS도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데 불과하여 그 형식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이 힘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정보가 조작되거나 편집되고 그 힘의 크기만큼 파급된다. 그 과정에서 그 힘과 어긋나는 논리나 주장은 가차 없이 응징된다.
SNS에서 어떤 힘에 의해 재가공된 정보로 세상을 보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페이스북을 활성화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알고 싶은 정보의 원자료에 최대한 접근하여 비판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SNS보다 신문이나 시사, 전문 잡지를 더 가까이하고자 한다.
지난번에도 다짐한 것처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는 독후 기록과 교감 일기 그룹에만 글을 남기고 반응에는 개의치 않기로 다시 다짐했다.
행복학교 중간평가 일어서 평가단이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이곳저곳을 실제로 학생들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상황으로 설명하고 면담을 했다. 실제 나의 경험과 내가 갖고 있는 개똥철학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의 면담 내용과 다른 면담자의 내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차피 세상은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평가와 별개로 요즘 우리 학교의 것만을 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 좋다.
제출한 공문에서 지역이 수정되지 않고 예시대로 제출되어서 수정해 놓을 테니 다음에는 살펴달라는 장학사의 메시지가 있어서 고맙다는 말과 다음에는 더 잘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잘 챙기는 장학사의 잘못이 아닌 우리 학교의 실수다. 다음부터 내가 더 잘 살피면 되어서 고의성이 없는 담당 교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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