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10월 20일

멋지다! 김샘! 2020. 10. 20. 15:34

영어 원어민 보조 강사 협력 수업을 인근에 위치한 학교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수업을 했다. 담당 선생님과 도와주신 분들의 수고로 잘 마쳤다.
학교를 방문할 경우, 교장하고 아무리 친하더라도 교무실을 거쳐가면 서로에게 여러 가지로 좋다.

일전에 원고 부탁을 받아 마감일보다 넉넉하게 넘겨준 일이 있었는데 그 원고를 최종 편집하는 선배가 전화를 했다. 원고 내용은 참 좋으나 분량이 많아서 원래 청탁한 양만큼만 줄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원고 청탁을 받은 후에 1차로 편집하는 어떤 선생님이 전화를 했는데, 첫마디가 원고의 내용은 살리되 편집될 수 있음을 강하게 강조하여서 청탁한 형식만 준수하고 분량은 초과한 채로 넘겼다고 했다.
선배 말에 의하면 1차 편집을 하는 선생님이 원고를 보고는 내용을 제대로 살리는 편집을 할 수 없어서 그대로 넘긴다고 했단다. 내가 편집해서 업무 메일로 보내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결과를 염두에 둔 나의 못된 돌심보였다.
1차 원고를 취합하고 편집하는 그 선생님이 다짜고짜 본인의 능력으로 나의 글쓰기를 단정 짓는 말투는 겸손한데 속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편집을 쉽게 할 수 없는 문장 구조의 글을 보냈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남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너무 쉽게 대상을 과소평가한다. 공모에 응시하거나 청탁을 받는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수준이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 겸손 없는 평가를 하는 것은 큰 결례다. 그런 이들에게만이 아니더라도 남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만용은 일시적으론 으쓱할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후회될 일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다. 요즘, 불현듯 그런 어리석음이 떠오르면 저절로 몸서리치진다.
퇴근 전에 편집한 원고 선배에게 보냈다.

보관해야 될 것 잘 보관해야 되는데 찾지 못한 것이 있어서 찾을 때까지 걱정거리 하나 생겼다.

살랑거리는 억새에 마음도 살랑거렸다.

'교감 일기(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0월 22일  (0) 2020.10.22
2020년 10월 21일  (0) 2020.10.21
2020년 10월 19일  (0) 2020.10.19
2020년 10월 16일  (0) 2020.10.16
2020년 10월 14일  (0)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