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맞이하며 걷던 언덕길에 새하얀 서리가 그대로였다.
기억력이 하루인 강아진 밤새 추위와 맞선 우울한 저음으로 컹컹거렸다.
출근길 언덕 초입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인데 늘 아침에는 못 보던 사람인양 다양하게 짖다가 퇴근길에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항상 그렇다.
기억력이 하루라서 나에겐 그 강아지의 이름이 하루다.
추워질수록 하루의 짖는 소리가 힘을 잃어간다.
기억력이 점차 늘어나서 그런가?
이틀이라 불러줄 날이 가까운진 건가.
어제, 일요일 아침에 다른 교육청 돌봄 업무를 관장하는 장학관님과 페이스북 메신저로 돌봄 전담사의 파업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목소리가 좋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맥을 짚어주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 발생의 가능성도 느꼈다. 그동안 교육부가 무엇을 했는지 참 무능하고 나쁘다는 생각이 강화되었다.
교감이나 교장의 돌봄 교실 대체 근무에 대해서도 여러 자문변호사의 의견이 다소 차이가 있고, 노무사와의 의견 차이도 있고, 고용노동부의 의견은 사례가 없어서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일기의 주장과 완전히 다른 내용의 대화였다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격앙되게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 수정과 사과가 필요하겠지만 주장하는 각자의 원천 정보가 의견과 주장이라 나도 주장으로 그대로 남긴다.
정치인이 교육부 장관이 되기를 바랐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학자 출신 교육부 장관들의 정무 감각이 뒤떨어져 교육계의 다양한 의견에 의한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했다. 다른 부처와의 조율 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교육부 장관의 말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교육계를 뒤흔드는 상황을 보면서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치인이 교육부 장관이 되어서 교육부의 위상을 높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현 장관을 환영했는데 이번 돌봄 전담사 사태를 보면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실감했다. 부총리인데 이렇게나 힘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장관으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여하튼 실망이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교육 부문의 변혁을 원만하게 이끌고, 교육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무 능력을 과감하게 발휘하면 유력한 정치인의 반열에 오를 것인데, 많이 아쉽다.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이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뒤숭숭하고 대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우리 학교도 여느 때보다 주의 깊게 코로나 19 예방을 했다. 더 이상의 확진자 없이 잘 넘어가면 좋겠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마음이라 단정할 수 없다.
나의 말로 그 사람이 행동할 수 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성이라 단정할 수 없다.
그 사람이 품은 우주가 허물어져야 마음이 움직인다.
짧은 시간에, 몇 마디의 말로 그 사람의 우주가 허물어지겠는가?
하물며 그 사람의 우주를 지배하려고 마음을 통제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아야 한다.
서로의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이면 꽤 괜찮은 세상이다.
마음을 얻고 통제하려는 만용은 나의 우주를 강요하는 폭력이다.
마음을 얻지 않으려는 마음이 마음을 얻는다.
저녁에 건축학과에 다니는 제자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수학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물었다. 인문계 출신 친구들보다 수학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이어서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별도로 수학 공부를 한다고 했다. 학과 공부와 수학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고 했더니 할만하다고 했다. '그러게 내가 시키는 대로 진작 수학 공부 좀 하지?'가 내 속마음이었지만 꼰대가 되기 싫었고 지금의 제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다음에 시골에 땅을 사서 내 마음의 집을 지을 생각인데 그때까지 건축사 자격 취득하여 저렴하게 지어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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