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산, 산기슭에 버려진 웅덩이들과 연결된 화장실의 환풍기.
어제의 찌꺼기를 힘겹게 배출한 순간 개구리 소리 들린다.
힘주어도 나올 게 없는 뱃속을 핑계 삼아 잠시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차로 30분이면 족한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고향 친구에게 오늘 아침에 개구리 소리 들었냐고 물어보면 '미친놈, 배부른 놈'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오래간만에 전화는 한번 해야겠다.
유난히 매화가 많이 보여.
작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피었을 텐데.
올해, 하필 오늘 아침에 유달리 매화가 더 예쁘게 보여.
매실 농사짓는 친구에게 올해 매화가 유독 예쁘냐고 물어보면 '미친놈, 배부른 놈'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작년에 담간 매실주는 한잔 하자고 해야겠다.
교감 선생님 오늘 옷이 화사해요.
아직까지 쌀쌀한데 춥지 않을까요?
예, 더딘 봄을 버선발로 맞이하려고 일부러 차려입었어요.
'사실은, 화사한 봄옷 입으려 겨울 내의 꺼내 입었어요.'라고 말하면 '미친놈, 배부른 놈'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교감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봄내음을 닮은 커피 한잔으로 보답해야겠다.
교육용이 아닌 것을 교육용으로 대체시킨 후에 기존 교육용의 특별함이 드러나지.
교육용이 아닌 것이 교육용이 되려면 교육용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교육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따져야 되겠지.
교육용이 아닌 것을 교육용으로 둔갑시키려 할 때 익숙해서 느끼지 못한 교육용의 장점을 부각하면 '변화를 싫어하는 꼰대'라고 하겠지.
그래도 교육을 생각하며 변화를 꾀하려는 그 마음을 잊어서도 죽여서도 안 되겠지.
점심 먹고 미친놈이 배불러서 하는 소리...
'교감 일기(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3월 15일 (0) | 2021.03.15 |
---|---|
2021년 3월 11일 (0) | 2021.03.11 |
2021년 3월 8일 (0) | 2021.03.08 |
2021년 3월 4일 (0) | 2021.03.04 |
2021년 3월 2일 (0) | 2021.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