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5월 11일

멋지다! 김샘! 2022. 5. 11. 19:30

미시적인 특별한 사례로 법을 탓할 게 아니라 그 법이 제정된 이유를 알고 그 법의 취지에 맞게 교원이 변해야 한다. 다만 그 법의 집행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행정 문서가 너무 많은 것은 시정해야 한다. 교원은 그 법의 제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교원을 신의 반열에 올리는 지나치게 어긋난 자기애일 뿐이다. 그 법이 교원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인본의 세상을 실현하려는 교육을 엄밀히 하여 질적 도약을 이루려는 태도가 필요하지, 허물어진 실체 없는 옛것을 고수하려는 수구적 태도는 교권 회복이 아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지 않다. 그런 시대가 아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거침없는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사회에서 교원만이 하늘에 사는 신들의 권위를 누려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비루하고 고루한 교직의 일면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심지어 지금 체제의 편의와 편리를 최대한 누리려는 교원이 이러한 주장을 서슴없이 한다면 어떤 국민이 교권을 온전한 눈으로 쳐다보겠는가?

가르치는 행위를 신성시하던 시대는 지식 자체가 권위였고 권력이었다.
산업화 시절에는 부를 축적하려는 국가와 국민의 욕구가 일치했고 이를 실현하는 교사의 권위는 대단했고 당연했다.
개인의 다양한 행복 추구를 우선시하는 지금은 학교와 교사가 만족시키지 못한다. 어쩌면 다양한 행복 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두루뭉술한 교육이 모두의 불만을 낳고 있다. 사교육이 개인의 욕구를 더 잘 채우고 있는 마당에 가르치는 행위만으로 존경받겠다는 발상은 교권 추락을 더 부채질하는 꼴이다.

지금, 교원이 존경받으려면 전 지구적인 문제, 인간성 회복, 불평등 해소, 인간이면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 부모의 부와 권력이 불평등한 미래를 낳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오만한 민주주의, 폭력적인 자본주의의 병폐를 교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원은 항상 세상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와 도 교육청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먼저 강조하고 가르치고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원이 지성인으로 거듭나려면 교육행정의 민주화와 교육공동체 간의 비판적인 평등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상부 교육기관이 지시하고 요구하는, 하부 교육기관인 학교의 정당한 비판을 행정과 높은 자리로 관행 사라져야 하고, 학교와 교원도 이런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학교 중심-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라는 교육공동체의 관계도 협조를 주고받는,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절차적인 관계, 그러다가 심사가 틀어지면 온갖 민원으로 서로를 괴롭히는 내부의 친밀한 적과 같은 관계가 아닌,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서로를 호응하고 비판하고 수렴하고 수긍하는 비판적인 평등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공동체의 당연한 요구와 비판을 교권 침해로 바라볼 것도 아니며, 부당한 요구와 교육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형식적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은근하며 강력하게 존재해 온 수직적인 힘을 제거하고 비판적인 사고와 태도로 상생하는 수평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지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상부 기관의 부당한 간섭과 방해를 걷어내고 학교 중심의 교육을 위해서, 상생을 위한 교육공동체의 평등한 관계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또 해야 한다. 그게 교권 회복의 시작이고 교권의 질적 도약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 시대의 큰 스승이었던 이어령 교수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쫄지 마라고 한 이유다. 선생님 쫄지 마세요. 우리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오늘 경남교총 스승의 날 기념행사에서 할 말이었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굵직하게 전달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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