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간만에 저녁 모임이 있어서 평소 들고 다니던 것을 모두 두고 출근했더니 자꾸 아쉬워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특히 읽던 책이 없으면 읽고 안 읽고를 떠나 괜히 불안하다. 책이 옆에 있어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기고.
독서는 읽는 행위의 쾌감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읽은 후에 남는 뭔가에 대한 쾌감이다. 그래서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일이다.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남보다 강해서 꾸준히 읽고 있을 뿐이고, 첫 책장을 넘기기 전의 설렘과 부담은 지금도 있다. 다만 책을 읽지 않을 때의 불안이 설렘과 부담보다 커서 조금이라도 매일 읽어야 잠잘 때 마음이 편하다.
2.
어제 늦은 저녁에 KBS 창원에서 주최한 경남 교육감 후보자 토론을 유튜브로 봤다. 누구를 지지하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고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려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거 관련으로 일기를 쓰지 않는다.
어제 후보자 토론에서 원론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두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 교육의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마치 빅데이터 기반의 AI로 학습하면 미래교육인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학생을 좀 더 수월하게 가르치거나 학생의 지적 호기심 유발, 학생의 학습 편이성 및 성취를 위한 엄밀하여지려는 학습 방법일 뿐이다. 학생을 지식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미래 교육이 아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배경에서 제시한 대로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이 특징인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과 변화대응력 등을 키워주는 교육이 미래 교육이다. 그래서 미래 교육에서 지식은 더 필요하고 그 지식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하려는 고도의 태도까지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 따위의 교육 기관에서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서 얻은 지적 적응 능력인 학력(學力)-고려대 국어사전-은 대단히 중요하다. 평균 학력 향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이 불확실해서 불안한 미래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학력을 갖췄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학생마다 미래사회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다르므로 그 방법에 맞는 학력을 갖췄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평균 학력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이를 마치 학력이 필요 없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평균 학력이 전국 몇 등이냐는 논란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계산일 뿐이고 학력 향상을 위한 일제 고사를 포함한 성취도 평가 방법의 논란도 아무 의미가 없다. 평가 방법이 학생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일제 고사라도 방법에 따라 학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고, 과정 평가도 그 취지와 무관하게 부실하게 운영되면 학력 저하로 귀결된다. 일제 고사는 객관식, 과정 평가는 주관식이라는 관습적인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 교육은 교사보다 첨단 에듀테크가 더 잘한다는 인식을 확산하면 안 된다. 미래 교육 역시 열심히 하려는 학생의 태도가 중요하다. 첨단 에듀테크는 학생의 공부를 도와줄 뿐 그것 자체가 공부가 아니다. 그것으로 하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게 아니다. 그것으로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상기한 것처럼 미래 교육은 미래사회를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그런 태도 변화를 기계로 가능할까? 교사의 역할을 더 강조해야 한다.
3.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현행대로 중학교 때 공부 잘하는 학생을 싹 뽑아가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존치하면 수능 점수와 내신을 싹쓸이 해서 일반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다. 특히 수능 수시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 지방의 경우는 더 그렇다. 현 정부가 특목고와 자사고의 존치를 고수하고 있으므로 교육감이 되면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고교학점제를 위한 환경 개선 및 교사 확보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이다.
토론회 관련하여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학교 현장의 논리로 훈수 두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해석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마음에 묻고 답답해한다.
4. 일요일이 스승의 날이라 학생 자치회에서 손편지와 선생님과 직접 만든 친환경 수제 비누를 선물했다. 어떤 반의 학생은 예쁜 종이꽃과 주름 활짝 펴지는 보약을 선물했다. 웃으며 받았다. 다음은 오염되지 않은 학생의 손 편지글이다.
♥ 김상백 교감 선생님께 ♥
교감선생님! 저희 학교 학생들을 위해 항상 머리를 굴리시고 돈을 많이 쓰시며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잘해주셔서 감사하고 더욱 잘하는 학생이 되겠습니다.
스승의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5/12
-서포초 학생일동 올림-
그리고 영양사님이 항상 밥 잘 먹어준다고 디지털 꽃을 선물해서 모니터가 꽃으로 환해졌다. 혼자 즐기기에 아까워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선물했더니 고맙단다. 직접 전화한 친구에게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똑같이 재활용하라고 했다. 한 친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학폭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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