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쏟아질 듯한 구름 속의 무거운 빗방울이 안개처럼 흩날려 선홍색의 자귀나무 꽃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아침이었다.
폐 속으로 들어온 무거운 공기가 몸속 여기저기에 걸려있던 자질구레한 찌꺼기를 쓸어내는 듯한 아침이었다.
교사를 몇십 년 하고도 공개수업의 무거움을 털어버리지 못하는 아내의 조용한 숨소리가 무거운 아침이었다.
빗물 가득 머금어 축 처진 짙은 회색 구름의 비닐을 기다란 장대로 푹 찌르면 바싹 마른 대지의 먼지조차 날릴 겨를도 없이 가뭄의 흔적을 쓸고 갈 것 같은 점심이었다.
폐 속으로 들어온 무거운 공기가 쓸어 놓은 자질구레한 뭉텅이를 재채기로 날려버려야 하는데 간질간질한 입질에 애만 태우는 점심이었다.
몇 학부모 오지 않은 교실의 창문 활짝 열어 놓고 부모 왔다며 까불거리는 반 아이 잘 다독거려 수업 마친 아내의 덧없어하는 얼굴이 그려지는 점심이었다.
저녁까지,
끝내 비는 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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