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6월 27일

멋지다! 김샘! 2022. 6. 27. 17:00

텔레비전을 부득이하게 바꾼다.

어떤 제품이든지 한번 사면 고장 나서 수리 불가능할 때까지 사용한다.
사양이 좋은 고급 제품은 사지 못하고 저가 제품으로 고가의 사양을 구현한다.
욕심은 많고 돈은 없고 돈을 버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선생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천만다행히 대학 방송국 경력이 선생을 하며 전기, 전자, 정보 기기를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도움은 되었지만, 발로 뛰며 장비를 구하고 좀 더 저가의 제품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검색하고, 그렇게 모은 제품들을 일일이 조립하여 성능 테스트를 한 후 부족한 부분을 다시 채워서 원하는 교육자료를 만들었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고 그럴 때는 뭔가 모를 힘이 솟구쳐 짜릿하다.
학습자료, 특히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누구보다 능력과 수준이 높아서 컨설팅과 심사도 좀 했다.
어떤 이는 내 능력을 토대로 사업을 하고 있고, 어떤 이는 나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더 나은 위치로 이동했고, 어떤 이는 내 도움으로 승진했다.
나도 그 능력이 현재 교감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책을 보며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서 그런 것들에 대한 미련이 줄어들었다.
미련은 줄었지만 그런 것에 대한 능력과 수준은 여전히 높아서 다른 사람이 생산한 그런 것들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직접 하거나 조언을 하고 싶은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마다 꾹꾹 눌렀다.
원하지 않는, 그렇게 해봤자 성장 없는 잔소리로 들릴 게 뻔한데 굳이 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 돌렸다.
가끔 누군가 물어오면 봇물 터질 듯 나불대곤 후회했다.
그리곤 그런 것은 으레 설치 기사가 하는 것이 되었다. 집에서도.

원하는 텔레비전이 비쌌다.
여러 조건으로 할인하는 제품들도 비쌌고 그 조건을 충족시키다 보면 그 값이 그 값이었다.
불현듯 ‘내가 사서 설치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동안 여러 제품을 조립하고 연결하여 원하는 성능을 갖추는 게 싫어서 완제품을, 한 회사 제품만을 사 기사가 설치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익숙함의 함정에 빠졌었다.
검색을 시작하여 대기업 및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했다. 품질 차이에 의한 가격 차이를 분석하고 품질 차이에 의한 불편을 감수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
이미 벽걸이 텔레비전을 사용하고 있어서 나사 네 개만 풀어서 교환하면 되어서, 텔레비전은 중소기업 제품을 사서 직접 벽걸이 설치하고, 영상보다 음향을 우선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사운드바는 아파트에 어울리면서 좀 괜찮은 제품을 사 연결하기로 했다.
설치하고 연결 후에 통신사의 셋톱박스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총비용은 할인된 텔레비전 가격보다 쌌다.
싼 만큼 소소한 불편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보완하는 재미를 즐길 것이다. 그때처럼.

참고로, 세탁기는 25년을 넘긴 통돌이고, 냉장고는 손잡이가 떨어져 수리 불가하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어서 한 15년 전에 바꾸었고, 김치 냉장고는 성에가 끼는 1세대 제품, 에어컨도 한 15년 된듯하다. 리모델링 한 집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이번에 바꾸는 텔레비전은 동생이 간혹 어머니 보러 와서 바꾸라고 할 때마다 관심 끄라고 했던 초기의 LCD 방식이다.
LCD가 고장 나면, 무지개 색깔의 세로줄이 블라인드 모양으로 생기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거나 채널을 바꾸면 잔상이 꽤 오랫동안 남는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전자 제품 회사는 좀 힘들 것이지만 아낀 그 돈으로 술값 내고 책을 사며 출간도 한다.

이번 주는 좀 바쁘다.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일에는 설레발치지 않고 빠진 것 있으면 교장 선생님과 협의하여 잘 챙기면 되는 일들이다.
오늘은 행복학교 평가단의 현장 방문이 있었고, 내일 저녁에는 ‘함께 성장하는 선생’ 화상 대화, 수요일은 교총 배구대회와 행정실장 송별회, 금요일은 공모교장 중간평가 현장 방문평가와 가족행복캠프(1박 2일)가 있다. 특별한 내용이 없으면 쓰지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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