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7월 1일

멋지다! 김샘! 2022. 7. 1. 20:00

한글을 하나도 읽지 못하는 아이가 1학년으로 입학했다. 물론 한글을 모르고 1학년에 입학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지만, 이 아이는 유치원 교사와 부모님이 한글을 깨치려고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이란성쌍둥이 동생과는 다르게 전혀 깨치지 못해서 부모가 학습 장애를 의심할 정도였다.
담임교사가 매일 남겨서 아주 천천히 한글을 가르쳤다. 가르치는 보람이 전혀 없는 하루하루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조금, 그것도 매우 어설프게, 내일이면 잊어버리는 정도의 진척이 있었다. 만족하지 않고 칭찬하며, 아이의 일상생활을 화젯거리로 파안대소를 나누면서 아주 조금씩 한글을 꾸준히 가르쳤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방역 인력이 무슨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고 할 정도였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어느 날 이 아이가 한글을 제법 읽었고 그것도 기쁜 얼굴로 정성을 다해 읽더란다. 그 뒤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며 꾸준히 가르치는데, 아이가 방과 후 교실 만들기 공예를 신청한 뒤로 선생님과 그렇게 즐기던 한글 공부와 거리를 두더란다. 어제는 얇은 동화책을 꺼내며 이것만 퍼뜩 읽고 만들기 하러 가겠다고 하더란다.
가정에서도 한식에 입도 대지 않는 아이가 1학년으로 들어왔다.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더란다. 담임교사가 급식 시간에 숟가락에 음식을 아주 조금 올려 내밀어도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꿈쩍도 하지 않더란다. 계속 시도하며, 편식하는 다른 아이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조금씩 음식을 먹였단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난주에 김치를 아주 조금 먹더란다. 큰 칭찬을 했더니 자기 엄마에게 김치를 먹었다는 전화를 부탁해서 어이가 없었지만, 수업을 마친 후에 일부러 아이가 듣게끔 부모님에게 자녀가 김치를 먹었다는 칭찬을 했단다. 며칠 뒤에는 다른 음식도 조금 먹더니 연신 ‘맛이 있네! 맛이 있네!’라는 말을 하더란다. 이번 주에는 학교 급식을 조금씩 먹는단다. 물론 어떤 아이는 지금도 음식을 아주 적게 먹어 뛰다가 넘어지는 일이 빈번하고, 어떤 부모는 영양 과잉 시대라며 아침밥을 먹이지 않고 자녀를 등교시켜 아이가 오전 내내 산만하게 배고프다며 몸을 비비꼬고, 뒤에 상담하여 조금 개선되기는 했다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지자체 복지 지원 사업을 신청하여 한부모 가정을 방문하여 지원하고.
이 외에도, 다른 업무도 있고, 후배 교사들이 잘 모르는 학교 일을 챙기며 교장과 교감에게 건의하지 못하는 말도 최대한 진솔하게 전달하고.
내가 정말 잘 아는 50대 초반의 1학년 담임교사의 학교생활이다. 현 세태와 비교하여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교사여서 각자 해석에 맡긴다.
그래도 딱! 한마디만 하자. 사람은 나이에 따라 잘하는 게 달라진다. 자기 기준으로 요구하지 말고 서로 잘하는 것을 공유하는 학교를 만들자.

도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의 학부모 참여 정책은 섣부르게 참여에만 급급하면 참여의 대가가 학교 교육력 퇴행으로 이어져 이를 바로 잡으려는 학교와 학부모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된다. 양적인 확대를 위해 참여에만 중점을 둔 교육정책은 개선되어야 한다.

잘 지원해주면 학생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학부모 각각의 의식 수준, 교육관의 정도, 가치관에 따라 기대 이상으로 놀라기도 하고 아니함만 못한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공모교장 중간평가 현장 방문 평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전 교직원에게 부담 주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셔서 편했고 전 교직원이 편안하게 도와주셔서 알뜰히 잘 마쳤다.

행정실 주무관이 새로 와서 1교시 전에 전 교직원과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이전처럼 교감의 역할 잘하여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모인 김에 오전 평가단 일정을 안내하며 평소 모습 보여주자고 했으며, 가족 행복 캠프 준비하느라 고생했는데 오늘 저녁과 내일 오전까지 잘 마무리 짓자고 했다. 가족 행복 캠프는 여러 의견을 듣고 평가회를 한 후 별도로 기록할 것이다. 무덥기는 하지만 비가 안 와서 참 좋다.

내일은 미술과 선후배의 모임이 있다. 경남의 교육 이모저모를 알 수 있어서 항상 설레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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