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7월 8일

멋지다! 김샘! 2022. 7. 8. 18:30

사는 집이 진양호와 가깝고, 십여 분만 나가면 논밭을 볼 수 있으며. 도로와 논 사이, 논과 논 사이, 밭과 논 사이를 남강의 지류인 판문천이 흐른다. 그래서 수생 식물, 야생화, 곤충, 철새는 그냥 볼 수 있고 가끔은 사람을 보고 자기 혼자 놀라서 물가를 갈팡질팡하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멧돼지로 혼비백산한다.
새벽 달리기를 하다가 멀찍이 다가오는 들개와 대치했다. 돌아갈 길도 없고 멈추면 약한 모습의 나를 공격할 것 같아 거리를 좁혀갔다.
‘제발! 물러나라. 제발!’
‘그래 그렇지!’
‘어어, 서지 말고 그대로 그냥 돌아가지.’
‘아이 씨, 에라 모르겠다. 그래 함 붙어보자!’
‘새끼가 진작 물러나야지!’
다행히 물러나 논길로 빠지는데 흘끗흘끗 되돌아 쳐다보는 눈에서 야생의 피곤함과 방금 내가 가졌던 막다름의 오기가 비쳤다. 나도 마음이 놓일 때까지 개처럼 뒤를 흘끗흘끗 쳐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너도 나와 같이 잔뜩 겁먹었지?’
‘내일은 오늘처럼 대치하지 말고 멀리서 돌아가라.’
논밭을 지키는 개들의 먹이를 뺏어 먹으며 살아가는 듯했다. 다행히 눈에 살기는 없었다.

장마인데 비가 안 온다고 투덜댔더니 출근 시간에 맞춰 천둥과 함께 비가 거세게 내렸다. 나를 내려주고 간 아내가 전화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얼른 받았는데, 자기 학교 쪽에 천둥이 심하게 쳐서 아이들이 겁먹고 울고 난리란다. 잘 다독거리라 하고는 유치원 교실로 가 선생님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했다. 소규모 유치원 현장 체험학습을 아내 학교 쪽에 있는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으로 가기 때문이다. 다행히 떠날 즈음에 비가 그쳤다.

페이스북 친구 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궁금하면 친구 맺고 그러다가 싫으면 끊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해도 전혀 기분 상하지 않는다. 꾸준히 친구 요청이 들어온다. 웬만하면 다 승인한다. 친구 맺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에는 대꾸하지 않는다. 아주 간혹 내가 먼저 친구 신청하여 맺은 사람에게도 친구 맺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 보내지 않는다. 그가 쓰는 글과 그림이 좋으면 ‘좋아요’ 누르고, 아주 가끔은 댓글도 단다.
하지만 자기 생각이 무슨 진리나 되는 것처럼 자기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에게 혐오성 글을 쓰거나 평소에는 고상하게 남다른 척하다가 자기와 맞지 않은 사람이 나타나면 험담하며 조리돌림 하는 지질한 사람들과는 단칼에 인연을 끊는다. 특히 같은 직장 동료인데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그런 짓을 벌이는 사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

누차 강조했었다.
교무행정원이 학생 지도-학습과 생활 등-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반대한다. 법령이 정한 교원의 일이어서 교원 행정업무 감축에 해당하지 않고, 공무원인 교원의 공문서 작성 행위만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고 억지 부리면 안 된다. 공무원인 교원을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의 논리일 뿐이다. 교무행정원에게 교원이 하는 굵직한 업무를 맡겨야 진정한 교원의 업무경감이 된다는 논문이 있다고 하는데, 눈앞의 편의에만 꽂혀서 교원의 전문성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무책임한 논리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원 수를 늘려달라는 오랫동안의 주장이 타당하다. 인구 절벽으로 학생 수가 줄어든다며 교원 수를 줄인다고 하는데, 학생 수가 준다고 해야 할 교육이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대적 요구로 늘기만 하는데, 인구 절벽으로 감소하는 학급만큼 여유가 생긴 교원으로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게 옳은 주장이다. 당연히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교육부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여 법령을 개정하여 교육의 질을 관리해야 하는데 거꾸로 교원 감축 발표부터 하니, 교육부가 왜 있나!
교원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방안이 바른 연구 방향이지, 교원의 고유 업무를 하지 않으려는 방안은 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연구일 뿐이다.

퇴근길에 다솔사 소나무길을 걸으려고 가벼운 차림으로 출근했었는데, 막걸리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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