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3월 2일

멋지다! 김샘! 2023. 3. 2. 23:20

김교감은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뭔가 찜찜했다. 상쾌한 피로감을 한숨의 낮잠으로 가뿐하게 떨쳐내는 상상을 했는데, 앞뒤를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들과 대화는 언짢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나쁘지만 않은 기분이 몰고 온 선잠의 피로가 머리를 눌렀다.
'그래 산책이나 하자.'
평소 같으면 공기가 조금만 따뜻해도 출몰하는 날파리가 귀찮았을 텐데,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찜찜함의 정체를 좇느라 날파리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득, 대화 내용이 아닌 태도가 마음에 차지 않아서 순간순간 짜증이 난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친구가 하는 첫 몇 마디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알겠다면 얼른 그만두기를 바랐다. 섣부른 판단으로 친구의 말은 지루했고 하고 싶은 내 말을 얼른하려고 안달났다. 그러는 사이 친구의 말은 나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안달난 내 말은 친구의 반론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친구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을까? 대화는 주고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다하도록 눈 마주치고 고개 끄덕이면 되었는데, 굳이 대화를 잇겠다며 억지 맞장구치며 한마디 거들어 모양 빠지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었다. 내 억지 맞장구와 거든 한마디를 잘 들워줘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강박도 있었다.
'그래, 상대방의 이야기에 할 이야기가 없을 때는 억지 대꾸하지 말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들을 줄 상대가 있을 때 하자. 상대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즉시 그만두자. 하나마나 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눈앞에 어른거리는 날파리를 쫓았다.

3월 2일, 오늘 개학했다.
개학이면 으레 하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신입생에게 축하 박수 보냈고 엉뚱한 행동에는 웃었다. 바삐 움직이는 교직원들 사이에서 3월 2일에 교감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오후 친화회 정기총회에서 친화회가 필요 없으면 할 필요가 없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에 실제로 요즘 친화회를 없애는 학교가 늘고 있으며 그 이유와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만 덧붙였다.
다수의 뜻으로 친화회가 깔끔하게 조직되었다. 고생할 회장, 총무, 감사에게 진정으로 박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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