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2월 27일

멋지다! 김샘! 2023. 2. 27. 23:19

2월 끝날 하루 전이지만 나의 2022학년도는 오늘로 끝이다.
진주교육대학교 미술과 89학번 남자 친구 다섯 명이 진양호변 펜션에서 1박 2일 허리띠 풀어놓고 노는 날이 내일이다.
미리 연가를 신청했었다.
오늘 2022학년도를 마무리해야 했다.
1월 중순에 한 겨울방학 덕분으로 2022학년도 마무리와 2023학년도 준비를 1월 중에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교감에겐 겨울방학과 2월은 무척 바쁘다.
기간제 교사 평가, 병설유치원과 초등교사 교원 업적 평가, 교원 전보, 교사와 교감의 자격 연수 및 승진 서류, 가산점 제출, 2023학년도 기간제 교사 채용, 2023학년도 자원봉사자 위촉, 2023학년도 학교교육과정 수립 및 새 학년 맞이 주간 운영 지원, 2023학년도 도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각종 계획 전달 및 활성화를 위한 교감 연수회, 일반인은 방학이면 할 일 없는 교원이라 착각하지만 꾸준히 때로는 더 많이 오는 공문 확인 및 처리, 2023학년도를 준비하는 교사들과 상담 등으로 여하튼 무척 바쁘다.
무엇보다 요즘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년 배정과 업무 분장이 제일 힘들다.
큰아들 대학교 졸업식으로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연가를 사용한 후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하여 확인한 업무포털에는 결재하고 확인해야 공문이 수두룩했다.
교감이 된 이후 업무메일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도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공문으로 보내지 못하는 행정 업무를 업무메일로 보내고 그 속에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업무메일에 1이 되어 있어서 확인했더니 생뚱맞은 내용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업무메일을 보낸 장학사가 소속된 교육지원청 초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는 원로교사가 있다.
그런데 그 교장의 관리자 명부를 내게 제출하라는 메일이었다.
교장이 부임하는 그 학교의 교감이 아닌데 그 학교의 현황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통상적으로 이럴 경우는 새 교장이 부임하는 그 학교의 교감이 교장의 이전 학교 교감의 협조를 받아 부임 교장의 인적사항을 채운 후 교육지원청에 관리자 명부를 제출한다.
장학사를 처음 하여 잘 모른다고 치자, 그러려면 좀 친절하게 사정을 설명한 후 부임 학교 현황을 제외한 인적 사항만 채워주면 고맙겠다는 내용을 업무메일에 담아야 한다.
그런 내용은 전혀 없고, 다짜고짜 다른 교육지원청의 교감인 나에게 지난주 금요일까지 제출해 달랬다.
연가여서 업무메일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연락이 없다.
잠깐, 전화해서 좀 따지려다 그 학교 교감이 대학 동기여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부임하는 교장의 인적사항을 포함한 파일을 전달했다.
동기도 생전 처음 겪는 일로 난감해했다.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이 인근 중학교 담당자, 서포 별주부축제 준비위원장과 교무실에서 오전 내내 학생 공연 협의를 했다.
작은 학교지만 서포면에 우리 학교와 서포중학교 밖에 없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당연하다.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의 성공적인 협상으로 올해는 우리 학교의 부담을 좀 덜었지만 공연 준비와 당일 공연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지역 축제가 아니더라도 지역 사회의 요구로 학교 교육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나마 괜찮은데 어른들의 생생내기면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짜증만 가득 찬다.
통학버스가 한 대 더 늘어나 교무부장이 기사와 승차 도우미와 통학버스를 직접 타고 돌며 학생 안전과 시간을 확인했다.
그 많았던 초등학교가 다 폐교되어 이제는 한 면에 한 초등학교만 남아서 여러 대의 학교버스가 몇 안 되는 학생들을 태워서 누빈다.
이웃 군의 어떤 면은 그나마 있던 한 초등학교도 학생이 없어서 폐교했다.
인구 절벽이 심각하다.
어떤 선생님의 교감 자격 연수, 나의 희망 없는 교장 자격 연수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여 3월 2일에 제출할 준비를 했다.
그밖에 3월 초에 보고하거나 제출해야 할 문서를 완성하여 정리해 뒀다.
교육지원청도 3월에 담당자 변경이 있어서 미리 보낼 수 없다.
담당자 변경이 없더라도 학년도가 바뀌어서 미리 보내는 건 동업자 정신에 어긋난다.
이런저런 2022학년도를 마무리하다 보니 퇴근 한 시간 전이다.
내일 만날 큰 학교의 교감 친구는 내일 퇴근까지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늦겠다는 연락을 해와서 운전 조심해서 오고 저녁은 함께 먹자고 했다.
내일 오전에 아내와 삼천포 용궁시장에 가서 싱싱한 해산물과 회를 양껏 사서 점심 지난 오후부터 친구들과 배부르게 먹을 생각이다.
마무리는 해물라면으로.
아내와 봄동 미나리 겉절이, 풋마늘 고추장 무침으로 막걸리 한잔했다.
한잔한 기분으로 쓰려하지 않은 교감일기 썼다.
찜찜하게 묵은 2022학년도의 감정은 털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2023학년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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