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2월 21일

멋지다! 김샘! 2023. 2. 21. 16:28

어제부터 내일까지 새 학년 맞이 기간이다. 어제 오후에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꾸미지 않았다. 진솔한 마음에 반말로 적었지만 반말하지 않았다.

1.
지금 하는 얘기가 기분 나쁠 수 있어.
입에 발린 소리, 거짓과 위선으로 좋은 사람 되기 싫어.

복무, 교육과정(활동)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안 되거나 못하면 하지 마.
아동학대는 변명이 안 통해, 학생 앞에서 흥분했으면 뒤돌아서서 심호흡 해심호흡해, 그것도 안 되면 교무실로 와서 쉬어, 내가 잠시 볼 테니.
아동학대는 예방이 최고지만 숨기면 절대 안 돼, 발생했다면 바로 지침대로 해.
출결, 학생부 기록할 때 학생과 학부모 얼굴(사정) 떠올리지 마.
실적보다 학생 변화를 눈여겨봐 눈여겨봐.
뭘 잘하려면 남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봐.

2.
교사 경험의 지혜와 지성을 무시하지 마. 유명인의 일반적인 말에는 귀 기울여 마치 자기 지식인 양 떠벌리면서, 동료의 보석 같은 지혜는 왜 무시해.
교원이 다년간 임상에서 얻은 지혜 소중히 여겨.

3.
이해와 인정
인정과 이해
왜 나만 인정받고 이해받아야 해?
모든 사람은 인정과 이해 욕구가 있어. 다만 내용만 달라.
나는 이해, 인정받으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
그 무엇이 아부와 아첨이면 이해와 인정의 궁극적인 목적인 진보가 아닌 자기 혼자 살아남으려는 퇴행이야.
이타가 없는 이기는 결국 멸종해. 다만 그 조직과 사회의 수준이 수명을 결정할 뿐이야. 단명시키려면 이타가 없는 이기를 이해하려거나 인정하면 안 돼.
다윈의 개체 선택론의 적자생존이 아닌 우리 인간은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해야 해.

4.
교육이 뭐냐고?
산 사람이 살 사람을 이끄는 거야.
일방적이고 강제적이고 강압적이며 미래지향적이지.
교육 유행은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할 뿐이야.
유행이 교육의 본질이 아니야.
교육 본질을 강화하는 유행과 흐름이어야 해.
강제적 강압적 일방적이 학생을 그렇게 대우하라는 게 아니야.
교육의 성격이 그렇다는 거고 학생은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으로 대해야 해.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이야.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람을 이끈다고 하겠어.

5.
나는 성장했어. 너는 왜 여태껏 그 모양이야?
너는 왜 여태껏 그 모양인데? 나도 성장했어.

6.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린 게 맞아.
옳은 것을 틀렸다고 말하는 건 굴복이 아니라 성장의 기쁨이고, 이 기쁨을 얻으려 평생 공부해.
사람을 위하는 도덕을 자기 목적 성취를 위해 변형을 시도하면 안 돼.
비도덕적, 비인간적인 행위자를 이해하자고?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7.
세상은 변해.
학교도 변해.
나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어?
교육이 어떻게 변하고 있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어?

8.
내 변화가 나를 위한 꾸준한 변명인가?
교육자로서의 소명인가?

학교생활 헐렁하게 하는 게 뭐 어떠냐고?
돈 주는 만큼만 일 하는 게 뭐 어떠냐고?
그 근거가 뭐야?

네가 하기 싫으면 너만 하지 마!
상식, 법령은 준수해!
이것마저 안 하면 너는 잘려!

내가 하기 싫다고 남 끌어내리지 마.
남 끌어내리는 건 앞서는 게 아니야.
네가 초라해질 뿐이야.

9.
승진 왜 하려 해.
편하여지려고. 맞아!
그게 교사의 경험으로 영리(통찰, 통섭) 하지 않으면 편하지 않아.
그 경험 우리 학교에서 얻길 바라.

10.
근평!
이 시간 이후에 주제넘게 함부로 말하지 마!
마땅히 처리할 거야.

11.
교사의 경험은 의사의 임상과 같아.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교육학이야.
우리 학교에서 임상 경험 많아 쌓아.
임상만을 고집하여(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때는~) 외톨이로 남지 말고 최신 이론 첨가하여 탄탄한 일반화로 이끌어 봐.
영혼은 갈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

12.
행복!
용기 없으면 안 돼.
사는 게, 살아가는 게, 살아가려는 게, 살아지는 게 행복이야.
그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삶은 어디에도 없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삶이 계속 이어진다고 상상해 봐.
지루하고 나태함을 추구하는 건 행복이 아니야!
힘들어서 좀 쉬고 싶은 것은 나태가 아니야.
치유와 회복을 위한 쉼은 반드시 필요해.
하루 중 잠시 어깨 축 떨어뜨리는 시간 가져.
하루에, 일주일에, 한 달, 일 년에, 인생에 그런 시간 가져.
욕심 조금, 조바심 조금 내려놓으면 가능해.
그게 허용 안 되면 좀 쉬고 쉽다고 좀 쉬자고 용감하게 소리쳐.
토닥토닥할 거야.
우리가 다 그렇게 살아가거든.

13.
행복학교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게 더 힘들어. 어떻게. 지킬래?
지킬 능력 별것 아니야.
용기와 그 용기를 표현할 품위야.

네 마음에 드는 민주적인 학교 없어.
나에게도 한 학교도 없었어.
왜 그럴까?
네 결정이 다 권력이 아니니까?
권력은 마음먹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거야.
법령상으로 교사 권력이 교감, 교장 권력과 동등하지 않잖아.
내가 원하는 학교 만들려면 교감, 교장을 적으로 삼으면 안 돼.
싫든 좋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여야 해.

14.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야.
자기들끼리 편안하게 노는 시간 가지게 해 줘.
놀면서 배움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런 일은 지속적인 재미와 호기심이 없으면 좀체 일어나지 않아.
교사가 그런 수업을 의도적으로 구안하는 건 불가능해. 흉내만 내고 의미 있게 해석하여 우리끼리 위안할 뿐이야.
공부와 놀이 적정하게 배분하여 지루하고 나태한 학교 생활이 안되게 부탁해. 사실 이것도 학생들의 성향과 조건이 다 달라서 힘들긴 해.
우리 학생들도 별나고.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그렇게 키웠잖아.

15.
나는 가끔 생각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 삶의 의미가 뭔지.
내 삶의 목적은 없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조건으로 살뿐이야.
그 인간의 조건이 궁금하면 가끔 물어봐.
아주 길게 대답할 테니.

16.
2023학년도 또 어떻게 되겠지.
미리 염려하고 걱정하지 마.
같이 해결할 수 있어.
학생, 학부모, 교직원, 아니 이 모든 게 섞여 있는 문제, 진솔하고 담백하게 소통하고 협업하면 깔끔하게 치유하여 회복할 수 있어.
그런 후면 더 센 근육이 생기겠지.

17.
선택이 본질이야.
이제 2023학년에는 우리 선택에 달렸어.
내 선택은,
지금껏 말한 것 차분히 실천하는 거야.
그렇게 하나 안 하나 잘 살펴봐.
그렇게 안 하면 따끔하게 질책해.
정신 차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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