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7월 11일

멋지다! 김샘! 2023. 7. 11. 10:00

  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중간에서 타신 허리 구부정하고 걸음 느린 어르신이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싱글벙글하셨다. 모른 체 넘어가려다가 기분 좋은 신가 봐요라고 했더니 현관문을 열자마자 막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셨단다. 아마 오늘 좋은 일이 생기실 것 같다고 했더니, 이 나이에도 좋은 일이 생기면 정말 좋지라며 허리를 곧추세우셨다.

  오늘 아침에 학생들과 운동장을 가볍게 돌고 있었다. 흰머리와 흰 수염과 어울리지 않게 활달하신 어르신 두 분이 쭈그러진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김치 삼각김밥 다른 손에는 흰 우유를 흘리며 지나가는 목소리로 학생이 몇 명이냐고 하셨다. 흘려보내려다가 혹시나 학생들에게 해코지할까 봐, 세상이 그렇지 않은가, 다가가서 47명이라 했더니 자기가 학교 다닐 때에는 한 반이 60명이었다며 아이 없는 현실을 타박하셨다. 교장이냐고 물어셔서 교감이라고 했더니 학교의 귀찮은 일은 도맡아 하면서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교감 하신다고 위로하셨다.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라며 못 보던 분이신데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이리저리 다니면서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을 하신단다. 의자에 앉아 게걸스럽게 드시는 삼각 김밥을 한입 베어먹고 싶었다.

'교감 일기(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7월 17일  (0) 2023.07.17
2023년 7월 14일  (0) 2023.07.14
2023년 7월 10일  (0) 2023.07.10
2023년 7월 6일  (0) 2023.07.06
2023년 7월 4일  (0)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