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9월 18일

멋지다! 김샘! 2023. 9. 18. 13:44

  몇 권의 책을 출간하다 보니 독자가 가끔 메일로 연락을 한다. 엊그제에도 체육교사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나쁜 교사'를 읽고 나와 상반된 의견을 물어왔다. 처벌과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나의 주장에 처벌과 제재가 있어야 정당한 교사 권한에 도전하는 일탈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처벌과 제재마저 다르지 않고 소송 전을 집요하게 펼치며 스토킹 하여 인간 삶을 황폐화시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재와 처벌을 강화한들 예방효과가 있을까.
  자녀가 저지른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되는데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학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혼탁한 윗물이 맑아지지 않는한 정의를 바라는 국민 삶은 희망을 품을 수 없다. 각자도생.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인근에서 교감하는 친구들과 새로 출간한 '초등학교는 지금'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한 친구가 참 괜찮다며 전화를 했다. 예전 같으면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했겠지만 지금은 글로 공유하는 게 편하다. 홍보 포스트와 카드 뉴스로는 꾸준히 홍보할 것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문을 여는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얼떨결에 어디로 바로 가냐고 물었더니 조롱하는 미소를 쓱 짓더니 바로 가는 버스가 어디 있냐고 핀잔했다.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으려다 빙 둘러가지 않고 시내를 통과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탔다. 앉자마자 앞차가 지름길로 가는 차인데 왜 안 탔냐고 다그쳐서 버스 노선표를 보는데 앞차가 지나갔다고 한 후 집 근처 정류장에 내릴 때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
  늦지 않은 시간에 취기 돋은 얼굴로 택시를 탔다. 타기 전에 여러 대의 택시가 정차하고 있는 맨 앞 택시 문을 열고 정중하게 어디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했다. 그런데 자꾸 교통 신호 많은 작은 도로로 빙빙 둘러가서, 빨리 가는 큰길로 가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그때부터 '땍땍' 껌 씹는 소리를 크게 내면서 핸들을 심하게 꺾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앞에서 내린 후 사라지는 택시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시내버스와 택시 기사를 폭행하는 동영상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술을 많이 마신 후 평소 인품이 드러난 것이어서 많이 마신 술이 원인이 아니다. 만약 내가 술을 많이 마셨다면 나의 인품은 어떻게 드러났을까? 아찔하다, 집에서 아내와 간단하게 마시는 막걸리와 전통 소주가 내겐 딱이다.  
  
  주말에 처가 식구 모임이 있었다. 손위 동서가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말을 반복했다. 대꾸를 하다가는 싸울듯하여 술잔만 부딪히곤 일찍 잤다. 유튜브에 있다며 꾸역꾸역 우기는 사람과 AI가 그랬다며 확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에 대한 갈등도 심해진다. 비판적 사고에 의한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인간인 우리가 인간 존엄을 심하게 헤칠 것이다.

  9월 1일 자로 학교를 옮긴 후 다양한 경험을 한다. 지금 초등학교에서 나만 특별히 겪는 게 아닌 모두의 슬픈 경험이다. 함께 헤쳐나가자, 다른 방법 없다.

'교감 일기(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9월 21일  (0) 2023.09.21
2023년 9월 20일  (0) 2023.09.20
2023년 9월 13일  (0) 2023.09.13
2023년 9월 11일  (0) 2023.09.11
2023년 9월 7일  (0)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