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10월 21일

멋지다! 김샘! 2023. 10. 21. 21:53

  교장 선생님이 어제 학예회, 그제 교육장기 육상대회로 애쓴 몇 분에게 자비로 저녁을 사주셨다. 교직원 전체 협의회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하지 말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학예회장을 정리하고 난 후 간식을 원해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저녁 모임은 희망하는 분들로 단출하게 이뤄졌다. 나는 이런 모임을 더 좋아한다. 전체 회식할 때 나부터 서먹서먹하게 앉아 있는 게 싫은데 심리적 약자인 교직원은 나와 같이 앉아 있는 게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리고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나의 말과 행동을 오염시키는 게 싫어서 전체 회식을 회피한다. 협의할 게 있으면 학교에서 하면 되고, 술 한잔이 생각나면 좋아하는, 원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감정 교류하는 게 훨씬 즐겁고 유익하다.

  교사, 교감, 교장이 하는 일이 다르다. 교사가 수업을 한다는 것만으로 하여 교감이나 교장보다 더 힘든 게 아니다. 교감이나 교장은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다른 힘든 일을 한다. 다만 교사가 다 그렇지 않듯 교감이나 교장도 다 그렇지 않다.
  호봉이 아니라 능력껏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월급은 그해의 한 일로 산정되는 게 아니다. 월급 속에는 많은 의미의 인간 삶이 녹아 있다. 이것을 부정하려면 교사 호봉제를 주장해라. 그래서 해마다 하는 일의 가중치로 임금 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라. 성과상여금이 호봉과 관계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제법 있는데 성과상여금은 동료들이 평가하는 다면평가  100% 반영이다. 성과상여금이 억울하면 이의 신청하고, 그보다 먼저 다면평가관리위원회와 다면평가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적극 참여하라.
  학교에 대한 불평만 불만은 당연하다. 나도 지금 그렇다. 다만 그 불평과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이 지혜로워야 학교를 통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불평과 불만을 지혜롭게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다. 대화보다 비꼬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면 순간의 기분은 좀 나아지겠지만 나중에는 지금 당신이 욕하고 있는 그 교원과 똑같아진다.

  나는 행정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교원인사기록카드를 조회하지 않는다. 이유는 선입견을 갖기 싫어서다. 경력과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뒷방 늙은이지 않고, 경력과 나이가 적다고 무조건 열정적이지 않다. 나이와 경력만이 아닌 상식적이고 일반적으로 그만한 대우와 처우를 해야 할 때 그렇게 하면 된다.
  부장교사는 교사들과 협업하여 학생 교육활동을 더 알차게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업무도 늘어난다. 어쩔 수 없다. 그런 부장교사를 보상하는 방법은 부장교사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인정하여 가르치는 보람을 더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장교사의 중요한 자질은 교직원과 협업할 수 있는 포용성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 학교를 잘 아는 교사가 부장교사 하기를 바란다. 특히 교무부장은 더 그렇다. 근평 받을 만한 학교를 골라서 옮긴 후 당연히 교무부장 할 심산으로 저울질하는 교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뭔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은 모르겠으나 그 능력은 우리 학교에서의 능력이 아니다. 우리 학교를 모르는 교사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 우리 학교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 우리를 모르는 남에게 우리를 맡겨서야 되겠는가, 나는 우리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다.

  사족, 교감일기를 공개하는 것은 생각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교감일기를 강의나 토론 주제나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개의치않는다. 바란다. 교감일기, 최근 발간한 '초등학교는 지금' 홍보는 좀 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즐거운 대화를 바라면 기꺼이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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